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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통신원]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
- 기꺼이 꺼삐딴 리가 되라

 

2009.7.30.목요일

 

필자는 만약 아이가 아버지를 닮아 인문계 성향이 강하다고 여기면, 무조건 외국어 공부를 시킬 참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일어나 중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꺼삐딴 리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외국어 배우면 벌어먹고 살기 좋기 때문에, 그런 이유는 아니다.

 

외국어를 모르고서는 우리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고, 어떻게 보여지는지 알 수 없으며, 그리하여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윗세대와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우리들이지만, 유독 이러한 면만은 바뀌지 않은 듯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필자의 주장에 동조할 수 있는지는 다음의 글을 보고 판단하시라.

 

이미 알고 있는 바이지만, 아는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 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직하던 2년 전 국정브리핑에서 다룬 기사다. 국정브리핑에서 보수언론을 공격하다니, 진짜 옛날 얘기 같다.

 



 
 

보수언론-FT, 기사 핑퐁하며 "한국경제 위기" 주장
출처/ 국정브리핑 2007년 3월 30일

 

요즘 일부 보수신문들을 보면 한국경제가 느닷없이 위기에 빠졌다.
얼마 전 대기업 회장이 현재 한국경제는 샌드위치 상황이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5~6년 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한 원론적인 언급을 두고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 보수언론들의 입맛에 맞게 비틀어 해석한 결과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슷한 맥락의 넛 크래커(nut-cracker)론이 이미 10년 전부터 회자되지 않았는가. 정부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현실인식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고 단지 정략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위기 가능성 자체만을 강조하다 보면 괜히 시장을 불안하게 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언론과 특정 외국언론이 시간차를 두고 같은 내용의 기사를 주고받으며 확대재생산 하는 형태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3월20일자 조선일보 2면 "몽유병 서울… 수출 챔피언이 길을 잃다"는 전날 파이낸셜타임즈 아시아판에 실린 Anna Fifield의 논평 "Seoul sleepwalk : why an asian export champion is at risk of losing its way"의 주요내용을 그대로 요약•정리했다.

 

3월20일자 조선일보는 "몽유병 서울... 수출 챔피언이 길을 잃다" 제목으로 19일자 파이낸셜타임즈(FT)의 "Seoul sleepwalk: why an asian export champion is at risk of losing its way" 기사를 소개했다.

 

FT는 한국 제조업이 중국의 위협으로 동력을 잃고 있으며, 외환위기 이후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좀비 중소기업들이 침체된 한국경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Seoul sleepwalk: why an asian export champion is at risk of losing its way" (Financial times 3.19)

 

그러나 재미있는 건, 19일자 FT의 "Seoul sleepwalk" 기사 본문 곳곳에서 샌드위치 이론과 5~6년 후 위기론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자주 샌드위치 이론을 거론한다. 저비용 중국과 하이테크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에 대한 은유다."

 

"이 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이 깨어나지 않으면 5~6년 후에는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삼성이 2003년부터 적자를 내 온 가전 부문을 저개발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들이 지난 10일 보수신문들이 1면에 크게 보도했던 내용이다. 결국 일련의 기사가 생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FT와 국내 보수언론이 기사를 재인용하며 한국경제 위기를 만들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중략)

 

외신보도가 국내 언론에 재인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나라 안팎에서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개 이렇다"는 식의 단선적 논리로 정리되는 데 있다. 수많은 보도 중 일부에 불과한 의견이 마치 외신 전체의, 나아가 전 지구촌의 한국경제에 대한 일반적 평가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하략)

 

보수언론의 기사가 외국 매체에 인용되고, 다시 그걸 보수언론이 재인용하는 짓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터넷이란 수단이 생기기 전까진 그걸 알기 힘들었을 뿐.

 

저 글을 보니 새삼... 저때가 위기면 지금은 똥창이겠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미 딴지에서 다뤘다시피,

 

조선일보 : “한국 경제, 빠른 회복 가능”
중앙일보 : “한국 경제 회복세에 경의를 표합니다”
머니투데이: “페섹이 한국에 모자 벗고 경의 표한 이유는?”
문화일보 :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기사, 윌리엄 페섹의 모자벗기는 다시 인용돼 퍼져나간다.

 



 
 

한국경제, 총체적 회복인가 시기상조인가
출처/ 국제재경시보(国际财经时报) 7월 28일

 

작년 9월 발생한 전세계 금융위기 이래,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훌륭히 방어해냈고, 한 분석가는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신속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위기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이 OECD 30개 회원국에서 유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이날 평론을 통해 지적하기를, "한국은 2분기에 이전 분기보다 2.3%의 성장을 보였고, 이는 동아시아 경제 회복이 U자형이나 W자형을 보이지 않고 V자형을 보일 것이란 낙관적 전망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아시아 경제의 회복에 새로운 희망을 가능케 한다. 경제 회복에 힘슨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모자를 벗어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또다른 분석으로는, 부분적 경제지표의 개선은 재정 투입 등의 경기부양 정책과 기업 자본 절약의 효과 때문이며, 따라서 한국 경제 전체가 빠른 회복을 보인다는 말은 현재로선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국민 수입을 증가시키고 경제 발전이 촉진되려면, 우선 취업이 증가해야 하지만 저조한 고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취업 인구는 작년 12월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고, 올해 5월에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21만 9천명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올해 상반기에(주: 하반기의 오역으로 보임) 기업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금 증시 등 자산시장의 거품 상태에서 취업은 증가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아 우려하고 있다.

 

LG 경제연구원 상무 오문석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입장에서, 미국 등의 선진국 시장이 회복되기 전에는,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시중 자금이 생산, 서비스 분야에 흘러 들어오도록 힘을 모아야 하며,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집중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는 조선일보의 ‘한국 경제, 빠른 회복 가능’ 기사를 70% 정도 번역했다고 보면 되겠다.
(조선일보 원문 링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28/2009072800106.html)

 

그럼 이런 의문이 가능해진다. 외국 매체는 왜 조중동의 기사만 번역하는가.

 

영어권이야 구독률 때문일지 모르겠다. 중국 매체의 경우는 이유가 확실하다.
신문 중에선 조선일보, 중앙일보만이 중국어 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신문은 일본어도, 물론 영어 기사도 서비스한다. 필자가 찾아본 바로는, 눈에 띄지 않았을 수도 있겠는데, 조선 중앙 KBS가 중국어 뉴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내가 중국 국제부 기자라도, 한국 뉴스를 체크한다면 구독률도 높으며 중국어까지 서비스하는 이 두 신문을 보고 말 것이다. 정 중요한 일이 있으면 다른 신문도 뒤지겠지만 평소에야 그럴 일 없으니까.

 

위 기사에서도, 딴지가 이미 보도한대로 윌리엄 페섹이 진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블룸버그까지 확인하긴 귀찮았겠지. 남의 나라 얘긴데.

 

그러한 이유로, 중국 매체에서 인용되는 한국 매체는 90% 이상이 조선과 중앙이다.
때문에 이런 기사도 나온다.

 



 
 

한국 매체, 한국 국회가 세계 웃음거리가 됐다고 보도
출처/ 환치우시보(环球时报) 7월 25일

 

7월 22일, 한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에서 몸싸움을 펼치면서 두 당의 여성의원이 크게 싸움을 벌였고, 세계 여러 매체는 모두 이 싸움 장면을 방송했다. 한국 매체는 이에 대해 한국 국회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평론했다.

 

한국 <중앙일보>는 25일 미국 NBC 방송국이 한국 국회의원의 몸싸움을 벌인 화면을 방송했고, 이러한 장면이 애니메이션 <킹 오브 더 힐>(폭력적 액션이 많은 내용)과 같다고 밝혔다고 평론을 내보냈다. 영국의 BBC와 미국의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세계 유명 매체도 각각 한국 정치인들이 패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평론에서는, 한국 국회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모르고, 소수가 다수에 승복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며 그저 미개국 국회처럼 싸움만 일삼을 줄 안다고 밝혔다.

 

위 기사가 다룬 중앙일보의 평론은 이것이다.

 



 
[사설] 세계적 웃음거리 된 대한민국 망신 국회
중앙일보 2009년 7월 25일
 

중국 힘이 조금만 더 커지면, 중국 언론을 재인용하게 될 날도 올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자식한테 외국어 공부 시켜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중국인들이 우릴 저런 식으로 보고 있다면, 옳고 그른 점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나. 필자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 좀 해주시라.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아홉친구(ninthpa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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