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이종탁 추천0 비추천0

 

 

 

 

[기고] 쌍용차에 대한 왜곡 바로잡기

 

2009.7.30.목요일

 

 

 

 

 

상하이기차 중국자본과 정부의 해외매각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회사 정상화이니까 노조가 사태 해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주로 국민들 속에서 나온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쌍용차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계속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나 채권단, 법정관리인들은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노조는 상하이기차가 경영을 할 때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항상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경제위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나누기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는 명분 중의 하나도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동차 내수를 살리기 위한 자동차 산업 활성화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쌍용차 경영진들이 올해 초 주문량이 줄어서 야간작업을 중단하고 주간작업만 하겠다고 했을 때,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주간작업 5시간, 야간작업 5시간을 하자고 제안한 바가 있다. 야간작업을 하지 않으면 고용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들이 생기니까 새로운 근무형태를 제안한 것이다. 내수를 살리려면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소득을 올려서 소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근무형태 변경과 노동시간단축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서 노동자도 좋고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시 경영진은 이러한 노조의 제안을 일어지하에 거절하였다.

 



 
 

■ 노조가 제시한 인건비 절감 방안

 

- 노동시간단축과 휴업을 통한 인건비 절감
- 복리후생 축소 및 중단에 따른 노무비용 절감
- 노동자 임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 보증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법정관리인측에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절감을 제기하며 인력감축안을 제시했을 때에도 노동조합은 노동시간단축 방안을 포함하여 노동자의 임금채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 보증을 설 용의가 있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사람을 잘라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많은 고통이 뒤따르니 다른 방식을 모색하자는 것이 노동조합의 고민이었고, 그러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도 노동조합이었다.

 

 

 

노동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노동조합이 파업을 오래해서 쌍용차가 망하기 일보직전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말은 사실 틀린 말이다. 이미 쌍용차는 상하이기차가 경영을 포기하고 법원에 경영을 위탁한 기업이다. 이미 망한 회사인 셈이다. 경영을 책임졌던 대주주가 포기한 기업을 법원이 회생절차를 밟도록 명령을 해서 지금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이 쌍용차를 망하게 하고 있다는 말은 성립할 수가 없다.

 

다만 회생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순서의 문제이다. 몇 년을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을 먼저 잘라놓고 회생방안을 만들려고 하는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의 방식은 10년전 IMF 외환위기 때 써먹던 방법이다. 노동자를 기업 회생의 희생제물로 바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사람을 자르는 정리해고식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가능하면 노동자들이 함께 사는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을 보고 싶어한다. 노동조합은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 자르기를 하지 않는 구조조정말이다. 국민이 원하고 노동자들이 바라는 사람 자르지 않는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일을 한다면 노조가 거부할 이유가 없다. 물밑교섭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 귀하는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Base: 전체 응답자 N=1,000)

 


자료 : 한길리서치(2009.6.17)

 

 

 

노조가 너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쌍용차 노조는 일상적인 쟁의행위를 빼고는 2006년 정리해고에 반대한 파업과 이번 파업을 한 것이 전부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목숨줄을 내놓으라고 하는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 뿐이다.

 

표> 쌍용차 종업원 변동 현황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9
정규직 5334 5714 5697 5664 5190 5156
비정규직     1700 1200 700-800 640
 


이러한 노조의 행동은 헌법에도 보장된 정당한 파업권이다. 노동자들은 사회적 권력이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단결과 쟁의, 파업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그 힘으로 자기 요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기 고용을 지키기 위한 파업까지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천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파업권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법정관리인, 채권단들은 노동자들의 도장공장 점거가 불법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정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진압하려고 한다. 도장 공장에 갇혀서 식수가 끊기고 생필품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경찰의 진입 작전은 거의 매일 계속되고 있으며, 법정관리인측은 선무방송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있다. 진압을 위해 뿌린 최루액은 스티로폼을 녹일 뿐만 아니라 발암물질까지 포함되어 있다. 수술을 요하는 환자가 있는데도 의료진이 들어가는 것을 매번 통제하고 있으며, 환자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조차 차단하고 있다. 노조가 강경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강경하게 버티는 수밖에 없도록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복지수준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200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제위기로 소득도 줄고 분배도 감소하고 있다.(아래의 <표> 참조) 정규직 일자리에서 밀려나면 임금이 주는 정도가 아니라 삶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88만원 세대들의 애환도 적지 않겠지만 3,40대 가장으로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란 말 그대로 죽음과도 같다.

 

표> 소득과 분배 지표

 






















 
  단위 2005 2006 2007 2008
1인당 국민총소득(GNI)  

천원

 

달러

 

17957

 

17531

 

18844

 

19722

 

20159

 

21695

 

21204

 

19231

노 동 소 득 분 배 율 % 60.7 61.3 61.1 60.6
자료 : 한국은행, 2008년 국민계정(잠정), 2009.3
 

법정관리인들은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사회라는 현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 비용절감만을 내세운다. 3-4년 뒤에 다시 복직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3-4년을 어떻게 견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않는다. 기껏 부품업체나 분사하는 회사에 취직을 알선해주겠다는 식이다. 이건 4대강 개발을 한다면서 일용직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일자리 창출이 되었다고 말하는 이명박 정부식의 허무개그다. 대학생들에게 100만원짜리 인턴자리를 만들어주고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떠벌이는 한심한 작태의 되풀이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유연하며, 노동시장이 계층적으로 분할되어 있고, 노동시장 사이를 넘나들기 무척 어렵다. 노동시장 상층과 중간층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이고, 노동시장의 하층은 기초생활을 영위하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최소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비롯한 인력감축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생각이라면 모든 국민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사회복지체제는 갖추어야 한다. 그런 뒷받침도 없이 밑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라고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결사의 각오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길이라면, 누구라도 버티는 선택을 할 것이다.

 

사실 노동조합은 참으로 많은 것으로 양보하고 또 참았다. 1,800여명의 노동자가 희망퇴직을 할 때에 그 참담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사실상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노조는 오히려 인정하였다. 그리고 법정관리인이 애초 목표한 희망퇴직 수준을 넘어섰으니 정리해고를 하지 말고 다른 대안을 찾자고 제안하였다.

 



 
 

법정관리인과 노조의 핵심 쟁점

 

- 법정관리인들은 정리해고 대상자 900여명에 한하여 무급휴직, 영업전직, 분사 등을 제안
- 노조는 희망퇴직자 이외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순환 무급휴직 검토

 

그런데 법정관리인들은 9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지만 이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정리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무급순환휴직은 이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노조가 무급순환휴직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것은 사실 정리해고가 아닌 거의 모든 방안을 다 수용하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르지는 말아달라는 하소연에 다름 아니다. 이에 법정관리인측은 정리해고 대상자들로 무급휴직을 한정하겠다는 반인간적 태도를 보였다.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별된 사람들만 무급휴직을 하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일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회사를 하루속히 정상화해서 희망퇴직으로 나간 노동자들까지도 다시 회사로 복귀시키려면 한시가 급하다는 법정관리인과 채권단들은 입으로는 수백번 수만번 고통분담을 말하지만 사실은 900명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할 것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무급휴직을 순환으로 하자는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법정관리인의 태도는 900명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기업부터 살려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분들에게 기업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묻고 싶다. 왜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려고 할까? 기업이 돈을 잘 벌어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몇몇의 큰 손들, 경영진들, 대자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기업의 구성원과 나아가 사회구성원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종업원을 먼저 자르는 방식은 앞뒤가 맞지 않다. 기업이 이익을 내서 종업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기업의 계속 유지되는 한 이익이 적거나 경영적자라고 해서 종업원을 자르는 일은 기업의 목적에 완전히 배치된다.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합심해서 기업을 살리도록 노력하고, 채권단은 그런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부와 사회는 그 과정을 살펴보고 독려하면서 잘못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파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 많은 분들은 파산하면 곧바로 회사가 아예 없어지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파산은 법적절차를 거쳐야 한다. 채권단들이 파산하자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설사 법원이 쌍용차 회생절차를 중단하고 파산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여전히 끝은 아니다. 기업의 채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채권단들이 자산을 다른 기업에게 넘기는 경우 쌍용차라는 회사는 없어져도 새로운 자동차 기업은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파산이 되면 마치 모든 것이 끝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표> 쌍용차 채권구조와 채권배당률(단위 : 백만원, %)

 































 
구분 금액 최대배당률 최소배당률
담보채권 243,751 100 99.7
회생채권(은행, 상거래 채권) 1,245,382 60 31
공익채권(임금, 퇴직금) 283,767 100 ?
파산비용 7,985 100 100
합계 1,770,885    
주) 삼일회계법인보고서를 참조하여 재구성한 내용임. 배당률의 최대와 최소는 회계법인들의 자료를 참조하여 산정.
 

여기에서 주목할 일은 파산이 되어도 주채권은행이면서 담보권자인 산업은행은 거의 아무런 피해도 없다는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쌍용차 거의 모든 자산에 대해 담보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파산을 하더라도 채권의 거의 100%를 회수할 수 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파산이 골치 아픈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파산을 하면 쌍용차를 지배하고 있는 대주주인 상하이기차를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산업은행으로서는 홀가분한 기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파산을 하면 노동자들도 완전히 정리할 수 있다. 노동조합에게 파산의 책임을 뒤집어 씌울 수 있다면 완전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쌍용차가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생산성이 낮아서 경쟁력이 없다는 이야기들도 들린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드는 인건비가 다른 회사의 두 배라는 소리도 있고, 1인당 생산대수가 경쟁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리도 있다. 이런 소리들이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국민들은 법정관리인과 일부 언론들의 보도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법정관리인과 일부 언론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한 해에 170만대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한 해에 13만대 정도를 생산하는 수준인 쌍용차를 그냥 맞비교 하여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아반테와 소나타를 만드는 회사와 SUV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 비슷한 차종끼리 비교하면 쌍용차 생산성은 다른 회사에 비해 그리 낮지도 않으며,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쌍용차의 대당 인원수는 기아차보다는 약간 많지만 현대차와는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다. 엇비슷한 비교 대상으로 냉정하게 비교를 해보면 이처럼 생산성에 대한 거짓은 확연히 드러난다.

 

표> 국내 자동차 SUV 및 대형승용 대당 인원수 비교

 














































 
구분 총인원 생산차종 대당 인원수
쌍용차 조립3팀 567명 랙스턴, 액티언 등 36.5
쌍용차 조립4팀 259명 체어맨 39.0
기아차 소하1라인 1,211명 카니발 등 33.6
기아차 화성1라인 1,376명 쏘렌토, 모하비 31.0
기아차 광주2라인 1,004명 스포티지 27.1
현대차 울산22라인 1,082명 싼타페, 베라크루즈 27.1
현대차 울산51라인 604명 에쿠스, 제네시스 46.5
현대차 울산52라인 1,405명 투싼 38.0
주:인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산한 것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자동차산업은 대량생산을 해서 대량판매를 하는 방식의 경우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설비의 기계화와 자동화가 그만큼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사람에 의한 생산보다 기계에 의한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 고급 차종을 생산하는 경우는 이러한 생산방식을 채택할 수 없다. 일단 엄청난 비용이 드는 자동화, 현대화 설비를 갖추는 것은 오히려 낭비이며 노동자들의 숙련에 의존하여 한 대 한 대 정성들여 만드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두 회사를 직접 살펴보자.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은 대량생산과 대량판매를 한다. 하지만 포르쉐는 주문제작방식으로 생산을 한다. 그래서 두 회사의 생산량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폭스바겐은 2008년 한 해 동안 635만대를 생산해서 627만대를 판매했고, 포르쉐는 10만 5천대를 생산해서 9만 8천대를 팔았다. 노동자 수를 비교해보면 폭스바겐은 37만 명이고, 포르쉐는 1만 2천명이다. 앞에서 살펴본 생산성 지표를 가져다가 비교해보자. 1인당 생산대수를 보면 폭스바겐은 1인당 17.2대 정도를 만들었고, 포르쉐는 1인당 8.75대를 만들었다. 이런 생산성 비교에 의하면 폭스바겐이 더 좋은 회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폭스바겐의 1인당 생산대수는 현대자동차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 1인당 생산대수는 2007년 52.9대이고 2008년에도 약 40대 수준이다. 1인당 생산대수가 더 높다고 해서 현대자동차가 폭스바겐보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더 나은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산성 지표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폭스바겐 포르쉐
생산 635만대 10.5만대
판매 627만대 9.8만대
매출액 1,138억 유로 747억 유로
순이익 46.9억 유로 63.9억 유로
근로자 수 37만명 1.2만명
브랜드 수 9 1
공장 수 61 2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간브리프>, 09.5.1.
 

다시 폭스바겐과 포르쉐 이야기로 돌아가자. 폭스바겐은 2008년 1,138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은 16.9억 유로에 달한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작은 포르쉐 매출액은 747억 유로이며, 순이익은 63.9억 유로로 폭스바겐을 앞지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쌍용자동차에게 현대자동차의 길을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포르쉐의 길을 가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쌍용차에게 현대자동차의 길을 요구한다면 생존 가능성은 없다. SUV와 대형승용차는 경제위기와 고유가 시대에 대량판매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에서 현대차나 기아차만큼 대량생산 대량판매를 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르노삼성처럼 특정 재벌을 활용한 판매체제를 확고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쌍용차에게는 포르쉐의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 SUV와 대형승용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면서 고급화,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여 노동자들에게는 더 많은 임금을 주고, 기업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어떤 자동차 기업도 가보지 못했던 길이다. 그렇지만 쌍용차는 지난 20년동안 그 길을 걸어왔고, 또 여전히 그 길을 갈 수 있는 기술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고급 전문차종 생산기업의 길을 가려면 노동자의 숙련에 기초한 생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자동화된 설비에 인력을 줄이는 현대차와 같은 생산체제는 오히려 기업의 고정비용을 늘려서 이익구조를 압박한다. 생산수량에 맞게 노동자들이 협력하여 필요한 량을 생산하는 새로운 시스템, 한국에서의 전문차종 생산공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무쏘와 코란도의 신화를 가진 쌍용차와 그 노동자들은 충분히 그 길을 갈 수 있다. 그런 쌍용차가 만들어지도록 국민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성원할 때이다.

 

 

사진출처 -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권팀 쌍용차 인권침해상황 최종보고서(090722)(http://cafe.daum.net/labourrights)

 

글 -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balloonred@hanmail.net)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