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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파토의 신(新) 기타스토리 4


2009.7.31.금요일



엊그제 amplug 라는 일제 헤드폰 앰프(잭에 꽂아 헤드폰으로 듣는)를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유명 앰프회사인 VOX 상표를 달고 있는데 헤드폰 앰프로는 상상할 수 없는 좋은 음질을 내 준단다.


사실 과거 이런 류의 물건 관련해서 몇 번이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너무 후졌던 콜트는 물론 영국에서 20만원 가까이 주고 간 korg 판도라 조차도 원하는 음이 나오지 않았다. 위의 사진과 비슷한 것도 친구가 쓰는 걸 쳐본 적 있는데 보기에는 열라 쿨하나 소리는 영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은 지르고 말았다. 다섯 가지 모델이 있던데 고민하다가 결국 리드 기타용으로 특화된 ‘lead’를 주문했다. 사운드 샘플을 들어보니 사실 AC30이나 클래식이 소리 자체는 더 좋은 것도 같던데, 긴 드라이브와 약간의 리버브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게, 난 별수 없이 서대문파다.


이거 아직 안 왔는데 오면 평가 함 해드리겠다. 물론 나는 이 업체와 아무런 이해관계 도 없다.


그럼 오늘의 이야기







마 손이 좀 근질거린다만, 리듬 치기로 했으니 일단 오늘까지는 리듬 치자.


지난 번의 8비트 초간단 악보로 돌아와 보자.


<악보 1>



8분 음표가 최소 단위가 되면 그 곡의 리듬은 8비트라는 점 말씀 드렸고(솔로의 음표는 이와 아무런 상관없다), 록을 중심으로 아주 흔한 리듬이라는 것도 이야기했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치냐는 현실적인 연주의 문제가 남았다.


원래 원칙은 위의 악보를 얼터네이트 피킹, 즉 다운과 업을 교차하면서 쳐야 한다. 즉 아래 악보 2처럼 된다. (태브 악보 아래의 기호가 순서대로 다운 피킹과 업 피킹이니 혹시 모르는 사람은 이 기회에 알아 두시고).


<악보 2>



 


쉼표나 4분 음표 등이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음표가 없거나 음이 길게 나는 곳은 거짓피킹(실제 줄은 안 치고 리듬에 맞춰 오른팔이나 손목만 까딱이는 것)을 하면서 여전히 팔의 스윙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이건 중요하니 시간을 들여 연습해보자. 핵심은 음표가 없는 곳의 리듬이 빨라지거나 엉성해 지기 쉬우니, 오른팔이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친다는 거다.


아래 <악보 3>는 AC/DC 틱한 리프인데, 쉼표와 4분 음표 등으로 인해 총 3개의 거짓피킹이 만들어지게 된다. 처음 것은 다운이고 나머지 두 개는 업이니 맞는지 함 해 보시라.


<악보 3>


 



근데, 포크나 초창기 록에서 많이 쓰던 이런 교과서적인 다운/업 플레이가 딥퍼플과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등이 출현하는 70년대 초 부터 변해가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 편에서 보여드린 ‘하이웨이 스타’ 에서처럼 8분 음표를 전부 다운 피킹으로 치는 새로운 패턴이 등장한 거다.


<악보 4>



 


사실 이렇게 되면, 이런 건 앞서의 기준으로 보자면 8비트가 아니라 16비트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8번의 다운 피킹 뒤에 8번의 거짓 업피킹이 들어 있다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 전체의 리듬에 16분 음표가 전무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즉, 여기서의 다운 피킹은 비트와 관련 있는 게 아니라 특유의 묵직한 어택과 반복되는 피킹의 사운드를 살려(다운과 업 피킹은 서로 소리가 조금 다르다) 연주에 드라이브감을 극대화 하기 위한 거라고 해석해야 한다. 이런 전통은 대략 이때쯤부터 생겨나서 80년대 주다스 프리스트나 오지 오스본, 아이언 메이든 등 대부분의 메탈 밴드를 거쳐 메탈리카에서 그 완성을 본 바 있다.





근데 이게 외형상의 단순무비함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간단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메탈리카의 경이로운 다운 피킹 스피드를 동경하는 건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저 마스터 오브 퍼펫 틀어놓고 땀 뻘뻘 흘려가며 다다다다… 열라 쫓아가는 건 리듬을 그저 ‘테크닉’ 으로만 접근하는 열라 무식한 짓인 거다. 


그 이유는 8비트 록 포함해 모든 리듬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리듬 특유의 그루브와 악센트를 느끼며 연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저 맨 위의 초간단 악보의 경우도 그냥 한 마디에 다운피킹 8번 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치면 안 된다는 말씀이다.


아래를 보자.


<악보 5>



 


위 오선 악보를 잘 보면 두번째 박과 네번째 박의 첫음에 악센트 표시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위치는 일반적으로 스네어 드럼이 들어가는 곳이다. 흔히 ‘강 약 중강 약’ 으로 첫 박에 가장 강한 악센트가 표현되는 클래식과는 달리 록 등 대중음악에서는 ‘약 강 약 강’으로 둘째와 네째박에 악센트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악센트는 악보에 따로 잘 표기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연주할 때는 느린 곡이던 빠른 곡이던 이 느낌을 어느 정도 가지고 가지 않으면 결국은 리듬이 흐트러지고 드럼, 베이스와 착착 달라붙는 연주가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 마디에 8음을 대충 채워 넣은 그런 가짜 8비트가 되고 마는 거다(곡의 의도에 따라 첫박과 셋째 박 등에 다른 곳에 액센트가 올 수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8음을 다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되고 원하는 리듬의 효과에 의거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올(all) 다운 피킹 8비트의 경우 피킹 방법 자체가 변형된 상태라서 업다운의 반복에 의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메탈리카 같이 엄청 빠른 다운 피킹이라면 마구 쳐 넣어도 별로 티가 안 날 수도 있지만, 곡의 속도가 느려질수록 이런 문제는 더 확연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아래를 보자. 퀸의 의 라이브 버전이다(처음엔 화면이 깜깜하지만 원래 그런 거다. 맨 앞 부분만 들어도 된다)





135 BPM 전후의 템포인데 이 어중간한 속도에 맞춰서 8비트를 정확히 쳐 주는 것은, 특히 메트로놈도 없고 심지어 드럼도 나오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중간 몇 개의 스트로크가 불안해지거나, 템포가 조금씩 빨라지거나 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앞에 제시한 궁딱궁딱의 악센트를 타면서 가야 한다.


이 때 열분들은 이런 항의를 할지도 모른다. 아 씨바 하이웨이 스타나 메탈리카나 퀸이나 8음 다 똑같이 들리는구먼. 액센트가 따로 어디 있냐.


맞다. 일마들 연주 들어보면 8음 다 똑같이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머리 속에서는 전부 앞의 원칙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곡의 필요에 따라 실제 연주 자체에는 악센트를 안 넣는다 하더라도 리듬의 느낌을 내면적으로 계속 유지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참고 삼아 아래 두 개의 사운드파일을 들어보자. 앞의 것은 액센트에 대한 느낌이 없이 친 것이고, 두 번째는 액센트를 고려하고 친 거다. 미묘한 차이지만 두 번째 것이 좀더 자신 있고 편하게 들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치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그렇다.


? -그냥 친 연주


? -액센트를 느끼며 친 연주


16비트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16분 음표 16개를 한 마디에 때려 넣는’ 식의 관점으로 제대로 된 리듬감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그냥 8비트를 두 배로 빠르게 한 리듬도 아니다. 그럴 거면 16비트란 이름이 왜 있겠냐.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번에는 <박 앳더 문>을 예로 들었지만 이번엔 더 간단한 오지 오스본의 I dont know를 예로 들어보자. 아래는 인트로 일부의 악보다.


<악보 6>


 


이건 드라이브를 앞의 사운드파일들보다 조금 더 걸고 쳐 본다. P.M은 오른손으로 하는 팜뮤트인데 아는 사람은 하고 모르는 사람은 일단 그냥 무시하고 치면 된다.


보다시피 빠~ 다라라라다라라라다라라라 의 반복이다. 처음 빠는 4분 음표고 나머지 다라라라는 모조리 16분 음표다. 그러나 이걸 섬세하게 치겠답시고 16분 음표 하나하나로 나눠서 접근하면 리듬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게 된다. 올바른 방법은 큰 덩어리로 파악하는 거다. ‘빠 빠 빠 빠’ 의 4비트로 한 마디를 느끼면서 다라라라… 는 그 틈을 깔끔하게 채워 넣는다고 생각해야 한다(악보에 액센트 표시가 있지만 실제로 강세를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는 비디오다. 랜디 로즈 라이브 버전 되겠다.





라이브라 비록 칼박자는 아니지만 여유 있게 그루브를 잘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베이스가 연주하는 리듬이 실제 이 곡의 바탕 리듬이다. 40초대에 보면 랜디가 베이스의 이 4비트적인 빠 빠 빠 바바빠 에 맞춰 고개를 까닥까닥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결코 16비트로 부르르 떨고 있지 않은 거다(이거 보니 죽은 랜디가 또 그립다. 서비스 차원에서 옛날 내 랜디 로즈 기사 링크해 드린다. 본지의 검색 기능으로는 찾을 수 없어 퍼간 사람한테서 다시 퍼오는 굴욕을 감수한 버젼이니 여기를 누르고 함 읽어들 보시라).


관련 기사 : 랜디 로즈를 기억하시는가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만 16비트의 속도감에 눌리지 않고, 혹은 쳐지거나 서두르지 않고 안정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동시에 실은 16비트가 다소 경직된 8비트보다 더 여유롭고 부드러운 그루브를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렇게 어떤 리듬이건 간에, 메트로놈에 맞춰 연주할 때도 한음한음 칼로 맞추는 느낌보다 전체적인 리듬의 흐름을 타야 오히려 더 잘 맞고 치기도 편하고 듣기도 좋다는 사실이다. 리듬은 수학이 아니고 비트는 컴퓨터 용어가 아닌 거다.


옛날 내가 아는 한 세션맨은 스튜디오에 가서 60 BPM의 발라드에 8비트 리듬을 치게 되었다. 근데 프로그래밍을 해 온 편곡자가 클릭 음을 두 박자에 하나씩만 넣어 온 거다(지금이야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은 2초에 하나씩 나오는 클릭 소리에 맞춰 연주를 해야 했다. 이걸 지금 함 해보면 이 친구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알만 할 거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리듬을 치면서 수시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공연장의 모니터 스피커가 하나도 안 들린다던가, 드러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던가 벼라별 사태가 다 생긴다. 이럴 때도 리듬의 속성을 이해하고 곡의 그루브를 탈 수 있다면 문제는 훨씬 줄어들고, 훨씬 나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마… 일단 리듬의 기초는 이정도 한다. 여기 나온 비디오 보시고 예제를 참고해서 다양한 속도로 연습을 해 보자. 메트로놈 필수인 건 당연하고 가능한 한 연습한 걸 녹음 해서 들어봐야 한다.


이번엔 너무 록/메탈 등에 치중해 리듬을 이야기한 경향이 있지만 머지 않아 다시 리듬으로 돌아오면 그때 훵크나 재즈나 머 다른 이야기들을 더 하도록 하자. 시간은 많다…




 
접는 기타. 요런거 하나 갖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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