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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수요일


화성


 


 


 





선거는 프레임 싸움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은 BBK를 비롯한 온갖 비리혐의에도 불구하고 '좌파가 말아먹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프레임을 내세워 승리했다. 당시 여당후보였던 정동영도 이것저것 내세운 공약들은 많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이명박의 ‘경제 살리기’에 밀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잡소리로 묻히고 말았다(당시 정동영의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당선된 이명박은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400만의 실업자를 양산하고도 모자라서 이젠 이 나라 경제의 싹을 송두리째 뽑아낼 작정인지 연일 삽질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그건 후차의 문제고 중요한 건 어쨌든 이명박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됐다는 사실이다. 정동영은 이명박이 내건 프레임에 걸려들어 결국 힘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이명박 대통령 옆에서 열심히 들러리만 섰을 뿐이고.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야가 내세운 프레임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아직 반이나 남았으니 좀 더 지켜봐달라는 여권과, 반이나 지났는데도 이지경이니 심판을 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이 그것이고, 좀 더 현실적인 면에서 보자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여야가 내세운 최대의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이명박의 독도 발언 문제는 누가 내세운 프레임이라기 보단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이기에 여기에선 논외로 하자.)




첫 번째로 제기한 정권심판론적 프레임은 사실 정권 출발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문제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거니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강력한 이슈가 되지 못한다. 이 프레임으로는 부동의 한나라당 지지층을 움직이기는커녕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정치 불신감이 팽배한 정치 혐오층의 단 한명도 투표장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야권이 이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면 선거는 해볼 필요도 없이 망한다.




무작정 반MB를 기치로 선거에 나섰다간 친이와 친박으로 나뉜 한나라당 지지층의 위기감만 자극해서 ‘닥치고 결집’을 하게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한나라당 지지층 40%가 결집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30%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결과야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경남 합천군.


사진-오마이뉴스)



 


하지만, 무상급식의 문제는 다르다. 이 프레임은 다분히 정치적인 논제면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현실적으로 와 닿는 문제이기에 그렇고, 무엇보다도 ‘누가 진정한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인가’를 국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나 소나 쥐나 다들 서민과 중산층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이보다 더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을까.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만, 어쨌든 이명박과 한나라당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내세운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서민들에게 가야할 복지 예산으로 부자들의 부를 늘리는 일에만 힘써온 그들이지만 입으로는 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고 떠벌린다. 그런 그들이기에 이번에 어쩔 수 없이 ‘무상급식’이라는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무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조용히 찻잔 속의 태풍으로만 머물기를 바라고 또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파급력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정면으로 맞서게 된 것인데, 처음 이문제가 불거지자 항상 그랬듯이 그들은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색깔공세를 통해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으로 몰고가려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당 내에서조차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더 이상의 이념 공세가 먹혀들지 않자 이번에는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주장과 함께 무상급식이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부자급식’이라는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즉, 자신들은 서민들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야권의 주장은 부자까지도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니 자신들은 ‘서민급식’이요 야권은 ‘부자급식’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야권이 들고 나온 무상급식 프레임을 부자급식이라는 프레임으로 한방에 덮어버리겠다는 꼼수인 것이다.




이게 얼핏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다. 먹고살기 바쁜 국민들의 입장에선 복잡해 보이는 논리 보다 단순한 명제에 더 솔깃해지기 마련인 법, 가난의 정도에 따른 시혜적 선별급식의 폐해보다는 당장 부자들 아이까지 공짜로 밥을 먹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만평)



 


상황이 이렇게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야권의 대응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아이들 밥 먹이자는 데 부자와 서민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준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부자급식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으나, 부잣집 아이들은 제돈 내고 사 먹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입장을 들고 나온 한나라당의 논리에 맞서기에 뭔가 5%쯤 부족해 보인다.


 



이미 부자급식이라는 큰 틀에 갇혀있다보니 이에 대한 대응 수준 역시 그들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무상급식, 서민급식, 왕따 급식... 아무리 말을 바꾸어 표현해봤자 국민들이 보기엔 유치한 말장난일 뿐이요, 그 나물에 그 밥, 그 고추장일 뿐이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지방 선거의 최대 쟁점이랄 수 있는 무상급식의 논점이 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이 의도하는 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에 휘말리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진보는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위선자로 낙인찍혀 이어질 대선까지 회복 불가능한 큰 상처를 입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 위기인 것이다. 간만에 야권에서 들고나온 '참신하고 현실성 있는' 프레임이 저들의 역공에 휘말려 오히려 스스로를 옥죄는 부메랑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부자급식 논리에 맞서는 또다른 논리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하여, 필자는 우물 안에 갇혀있는 야권에 한가지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른바 '급식보험'이 그것이다. 급식이라는 말 앞에 엉뚱하게 보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강보험'과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무상급식을 하자고 하니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와 부자들 한테도 혜택이 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반대를 하니, 그럴바엔 차라리 건강보험과 같은 맥락에서 급식보험을 시행하자는 것인데, 건강만큼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건강보험이 있는것과 같은 취지에서 모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밥 먹을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건강보험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라고 하니까 거창해 보이고 굉장히 복잡할 것 같지만 사실 시행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현재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가입되어 있는 건강보험료와 같이 내면 된다. 보험료 산출 방식도 현재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많은 항목 중에 ‘급식비’ 명목만 추가하면 되고, 이에 따라 학생이 있는 가정에 한해서 매달 내는 보험료에 얼마를 추가로 내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게 되어있는 건강보험료 산출방식에 의거해 보유재산에 따라, 받는 급여에 따라 급식보험료는 차등 적용하면 된다. 물론, 서민 가정과 다자녀 가정의 경우 정부의 서민복지 정책과 출산장려정책에 따라 급식비는 국가에서 대신 지급하게 한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서민급식'을 했을 경우>


 


월급식비는 편의상 1만원으로 가정함



























급식비지출액


국가보조금


비고


서민


0원


1만원


 가난하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급식비 면제 가능


 아이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음


중산층


1만원


0원


 단지 서민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가 없어서


 중산층에 속하게 된 실질적 서민층의 경우, 급식비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음.


부자


1만원


0원





 


 


 


<'급식보험'을 적용하여 급식을 했을 경우>


                                


 ※ 학생이 있는 가정만을 대상으로 급식보험료 징수


 ※ 다자녀 가정의 경우 정부출산장려정책에 따라 급식비 면제(국가보조)


 



























급식보험료


국가보조금


비고


서민


0원


1만원


 학교 내에서 급식비라는 용어 자체가 아예 없어져


 아이들의 입장에선 실질적인 무상급식이 이루어짐


중산층


평균 5천원


(1천원~1만원)


5천원


 소득 및 재산에 따라 차별 징수


 단, 최대가 현재의 급식비 수준으로 책정


부자


평균 1만 5천원


(1만원~2만원)


-5천원


 평균적으로 50% 정도 초과징수


 소득 및 재산에 따라 차별 징수




 


 


위의 표를 보게되면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서민급식과 급식보험을 단순 비교했을 때, 서민이 지출해야 할 몫(0원)과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보조금(1만원)엔 차이가 없다. 다만 중산층과 부자의 경우엔 동일하게 부담하던 금액이 소득 및 보유재산에 따라 차별적으로  바뀌게 된다. (건강보험료를 차별해서 징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서민의 부담액은 변동이 없으나 별도의 증빙서류제출 없이도 무상급식을 할 수 있게되어 어른들이 염려하는 '눈칫밥'을 먹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고, 중산층의 경우에도 평균적인 부담액이 줄어듬은 물론 소득에 따른 차별 부담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가난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학생들은 전혀 모르게)


 


다만, 부자의 경우엔 그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데, 이역시도 능력에 따른 차별 부담이 이루어지는데다, 그동안 이 정권이 부자들에게 베푼 감세 등의 규모를 감안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몇천만원의 종부세를 감면받은 부자가 월 몇만원의 급식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겠나.    




납부방식도 아주 간단하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내는 전기료에 KBS 수신료가 포함되어 있듯이 건강보험료에 급식보험료를 포함시키자는 것이고, 차이가 있다면 보유 재산이나 소득에 따른 차등 금액을 적용한다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생각 같아선 4대강 사업비나 KBS 수신료를 아이들의 급식비용으로 쓰자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또 저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기가 어려울테니)


 


혹자는 건강보험과 아이들의 급식에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렇게 연계시킬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사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굶는 아이들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그들이 조금이나마 더 건강해질 수 있다면 나중에 건강보험이 물어야 할 비용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적어도 전기료와 KBS방송수신료의 그것보다는 훨씬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급식보험을 적용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 당장에라도 초중고의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고, 동시에 재산과 소득에 따른 보험료 차등 납부를 통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부자급식 논쟁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다.


 


물론, 필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급식보험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법적인 문제와 급식비 산정 문제 등을 비롯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한 많은 난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시행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몇 달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누가 말했듯이 아이들 밥 먹이는 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의지의 문제다. 따라서 중요한 건 누가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와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느냐의 문제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가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다’라고 백날 말해야 국민들이 그들의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으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누가 뭐래도 분명한 서민이면서도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당에 투표하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투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수많은 사람들을 으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함과 동시에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이를 선점해야 한다. 상대방의 역공을 단순명쾌한 말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논리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저들이 내세우는 부자급식 주장에 대해 우리는 ‘부자급식이 아니다’라고 하면 할수록 ‘무상급식’의 본질을 흐려지고 남는 것은 ‘부자’논쟁 뿐이다. 말려들어선 안된다. 함정이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먼저 프레임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굳이 필자가 제시한 급식보험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야권에선 무상급식과 관련된 새로운 프레임을 내세워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혼란을 막고 국민들이 올바르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당장 아이들 밥 먹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당신들이 의무다.  


 


뱀발1) 서둘러 쓴 글이라 그런지 두서도 없고 끝맺음도 매끄럽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잘'쓰고 싶은 욕심보다 배가 고픈 게 훨씬 다급한 일이니 어쩌겠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독자제위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시라.   


 


뱀발2) 좀 전 독투에 올라온 글 '급식담당자가 바라보는 무상급식'이란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친구 밥먹는데 뒤에 서서 튀김같은 반찬 얻어먹고 있는 아이를 불러서...' 밥 먹다가 이거 보면서 울었다. 그 아이 때문이 아니라 이나라가 정말 조깥다는 생각이 들어서...  



뱀발3) 야권에서도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중등까지만 무상급식을 하자고 하는데(의무교육 논리로) 급식보험을 적용하면 고등학교까지 시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급식보험'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면 다른 단어를 찾으면 된다고 본다. 가령 '국민급식'이나 '나눔급식'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