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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월요일


안분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딴지횽아들. 안녕! '오페라를 알려주마' 두번째 시간이야. 오늘 우리가 함께 공부해 볼 작품은 푸치니 라는 작곡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토스카' 야. 토스카는 차 이름 아니냐고? 그 토스카 아니거든요! (나도 공부 할라고 '토스카' 검색 하니까 차만 우르르 나오더라고.) 이 작품에 나오는 토스카는 차 이름이 아니고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야.


 


근데 2회는 마술피리 아니었냐고? 그게 사연이 좀 있어. 마술피리 할라고 막 공부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독자 중의 한 분인 '4할타자김현수'님이 4월 초에 토스카를 봐야 한다며 S.O.S를 치셨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외국인지라 한글 자막 같은건 기대도 못하는 상황이래. 한글 자막 있어도 깝깝한 판에 한글 자막도 없이 토스카를 관람해야 한다고 상상을 해봐. 그건 뭐 숙면의 시간 내지는 고문의 시간이지.


 


그러면서 내 글이 좋다는 둥, 책으로 나와도 되겠다는 둥, 정말 유익한 기사라는 둥 거짓말을 막 하시는거야. 얼마나 다급하면 이러시겠어. 그래서 급히 토스카로 방향을 바꾸었어. 그리고 또 양해를 구해야 할 게 있는데, 내가 4월 23일에 '라 트라비아타'를 보거든. 그래서 번외로 간단하게 이 작품도 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혹시라도 마술피리를 기다리시는 분이 있다면 진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


 


형들. 우리가 연애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성들은 모두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잖아? 늘 슬픈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도 있고, 명랑 쾌활 발랄 해서 함께 있으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분도 있지. 냉철하고 이지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은 내가 가진 편협한 사고의 틀을 깨트려 주시기도 하고,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은 내가 지쳐 있을 때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기도 하지.


 


그런 여러가지의 매력 중에서 우리의 주인공 토스카는 불같은 정렬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야. 왜 그런 노래 있잖아? '만나서 차 마시는 그런 사랑 아니야. 전화로 얘기 하는 그런 사랑 아니야. 웃으며 안녕하는 그런 사랑 아니야~!' 이거 완전 우리 토스카 누나의 애창곡이야. 강렬하게 사랑하고, 미칠듯이 질투하며,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여인이지. 혹시 형들이 살다가 이런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말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거야.


 


"당신은 꼭 토스카 같아요. 불같은 정렬의 토스카"


 



정렬적인 여인 - 토스카


 


 


작곡자 -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2.22~1924.11.29] 이탈리아


 



푸치니 형아


 


우리 왜 지난 회에 베르디 형아에 대해서 이야기했잖아? 푸치니는 이 베르디 형아의 뒤를 이어주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베르디가 H.O.T 면 푸치니는 동방신기라고 보면 된다는 거지.


 


푸치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태어났어. 집안이 대대로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었다고 해. 이 형아는 베르디 선배님의 '아이다' 를 보고 "그래 이 길이야!" 를 외치며 오페라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어. 밀라노 음악원에서 폰키엘리 선생님에게 음악을 배웠고, 졸업 이후에는 당시 잘 나가는 기획사인 '리코르디' 기획사에 소속 작곡가로 들어가서 작곡 활동을 하게 되지. (양군 기획의 테디쯤 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네.)


 


푸치니를 널린 알린 작품으로는 '마농레스코' 를 들 수 있어. 그 이후에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엠마누엘 부인...(은 아니군) 등을 무대에 올리면서 푸치니는 자신의 황금기를 열어가지. 베르디의 말년에 푸치니를 얻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참 복도 많어. 황혼기에는 중국 전설에 기반을 둔 '투란도트'를 작곡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는데, 후에 그의 제자가 작품을 완성하고 친구였던 명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이 되었다고 해. (중국 전설 이야기라서 장이모 감독이 연출하고 그랬었나 봐.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해서 화제가 되었잖아.)


 


푸치니의 작품들은 주로 서민들이 주인공이라는 특징이 있어. 그리고 여주인공이 참 비련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 난해하고 어려운 내용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푸치니의 작품들은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고 있지. 물론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원작


 


오페라 토스카는 원래 연극 작품이었어. 19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인 사르도우가 원작자야. 사르도우는 여배우 사라 베른하르트를 주인공인 토스카로 낙점하고 연극 토스카를 썼다고 해.


 


푸치니는 이 연극을 보고 완전 삘 받으셔서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지. 그래서 자신의 기획사인 양군기획...(이 아니고) '리코르디' 에 이 오페라의 판권을 구해달라고 부탁을 하게 돼. 근데 일이 잘 안 풀렸나봐. 푸치니는 판권을 구하는데 실패하게 되고 6년 뒤 이 연극을 오페라로 만드는 판권은 '알베르토 프란케티' 라는 사람에게 팔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프란케티라는 양반의 작업이 순탄치가 않았나 봐. 자기는 못하겠다고 손을 들어버린거야.


 


오페라 토스카는 푸치니의 손에서 완성되어야 할 운명이었던 걸까? 푸치니가 원할 때는 오지 않던 토스카가 알아서 푸치니에게로 굴러왔어. 근데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지. 그래서 '이걸 해? 말어?"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푸치니였어.


 


그때 그가 작업을 하도록 힘을 준 것이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큰 형님 베르디였어. (사실 토스카는 베르디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사르도우와 베르디가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의견이 달라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 "푸치니 자네의 작품은 참 좋고, 유익하다네."라고 '4할타자김현수'님 같은 발언을 하지. 이러한 베르디의 권유에 힘을 얻은 푸치니는 오페라 토스카의 작곡을 결심하게 되었어. 이 때 상황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우리는 푸치니의 토스카 대신에 프란케티나 베르디의 토스카를 만나게 되었을지도 몰라.


 



토스카의 원작가 빅토리안 사르도우


 


 


작품의 시대적 배경


 


이번에 소개하는 오페라 '토스카'는 역사적 사건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작품이야. 그래서 그러한 배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즐기기가 힘이 들어. 그 사건은 바로 마렝고 전투야. 마렝고 전투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의 군대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연합군과 싸워서 승리한 전투야. '토스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는 이탈리아의 로마인데, 마렝고 전투가 일어나던 당시의 로마는 오스크리아와 연합한 나폴리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어.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왕정 타파의 혁명적 분위기, 그리고 나폴리의 지배를 받는 로마의 현실이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로마에는 나폴레옹이 전투에서 승리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 그들은 나폴레옹이 승리하면 자신들을 억압하는 오스트리아와 나폴리의 왕정이 무너지고 로마에도 공화정이 수립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거야. 이러한 사람들은 당연히 로마의 지배자들에게는 위험한 사람으로 분류되어 투옥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형을 당하기도 했었어. 


 


마렝고 전투의 결과에 따라 로마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당시 로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 전투의 결과를 궁금해 할 수 밖에 없었어. 이 전투의 초기에는 나폴레옹이 패하는 것 같았지만 후에는 결국 승리하게 되지. 그래서 이 오페라에서도 1막에서는 나폴레옹이 패배한 것으로 로마에 소문이 나지만 2막에서는 결과적으로 나폴레옹이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돼.


 



"나 마렝고에서 지고 그러는 남자 아냐!" 라고 말씀하실 것 같은 나폴레옹 형님


 


마렝고 전투가 벌어지던 때에 지배받던 로마의 사람들 이야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오페라 '토스카'를 본다면 더욱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각 등장인물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오겠지.


 


 


등장인물


 


플로리아 토스카(S)


 


로마에서 제일 가는 여가수. 화가인 마리오 카바라도시의 연인이지. 외모도 아름답고 음악적 재능도 뛰어난 아가씨. 그리고 아주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야. 불 같이 질투하고, 불 같이 복수하는 여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 같은 격정적인 사람이야. 로마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노래를 부르나 봐. 실력이 출중하다는 이야기겠지.


 


마리오 카바라도시(T)


 


화가야. 성 안드레아 델라 성당에서 막달라 마리아의 성화를 그리는 중이지. 현재 로마를 지배하고 있는 나폴리의 지배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야. 정치범인 안젤로티와 친구 사이이고, 탈옥한 그를 도와서 숨겨주지.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토스카 누나의 연인이야.


 


스카르피아(B)


 


로마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야. 특히나 정세가 어수선해서 정치범들을 체포하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것 같아. 원하는 건 뭐든 가져야 직성이 풀리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야. 아름답고 재능있는 토스카를 가지고 싶어하지. 로마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인 듯 해.


 


세자레 안젤로티(Br)


 


정치범으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가 탈옥을 해.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도망을 치려고 하지. 성당에서 친구 카바라도시를 만나 그의 별장으로 도망을 쳐.


 


성당지기(Br)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조금 경쾌하게 만들어 주는 인물이야. 성당을 관리하면서 성화를 그리는 화가 쌤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어.


 


스폴레타(T) 


 


스카르피아의 듣보잡 부하중 1명이야. 범인 검거 등의 임무를 수행해.


 


샤로네


 


스카르피아의 듣보잡 부하 중 또 다른 1명이야. 주로 집무실 내에서 일하는 것 같아.


 


 


등장하지 않는 인물


 


아타반티 후작 부인


 


정치범 안젤로티의 여동생으로 후작 부인이야. 집안의 전용 기도실이 있는 성당에 와서 기도실 열쇠와 여자 옷, 그리고 부채 등을 숨겨두고 가지. 오빠인 안젤로티가 탈출하는 걸 돕기 위해서 말이야. 화가 쌤은 이 후작 부인을 모델로 해서 막달라 마리아를 그리고 있어.


 


 


줄거리


 


제1막.


 


여기가 어딘고 하니 로마야. 이탈리아 로마. 로마의 성 안드레아 델라 성당이 1막의 배경이지. 이 성당 안에서 누가 그림을 그리고 있나 봐. 무대 왼편에 큰 그림이 있고, 그림 그리는 도구들도 있어. 오른편에는 기도실이 있는데, 이 기도실은 아티반티라는 후작 가문의 전용 기도실이야. 그래서 문이 잠겨있지. 성당에 전용 기도실도 있는 걸 보니 이 동네에서 좀 먹어주던 집안인가 봐.


 


이 때 성당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와. 몰골이 말이 아니지. 이 남자는 안젤로티인데 정치범이야. 그리고 아티반티 후작 부인의 오빠이기도 하지. "공화정 천국 왕정 지옥" 을 외쳤는지, "로마 천국, 나폴리 지옥" 을 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어. 당시 로마는 오스트리아와 나폴리의 연합군이 점령하고 있었고 나폴리의 왕이 통치중이었어. 근데 이 형아 탈옥을 했나 봐. 거지 같은 죄수복을 입고, 두려움에 떨면서 성당에 나타난 걸 보면 말이야. 여동생이 성모 마리아상 아래에 숨겨 둔 열쇠를 찾아서 아티반티 가문 전용 기도실에 숨을려고 하는 중이야. 근데 누군가 사람이 오는 소리가 들려. "아따 깜짝아" 하면서 일단 몸을 숨기는 안젤로티.


 


성당지기가 들어 와. 붓을 씻어서 가지고 오는 길인가봐. 아마도 성당에서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했나 봐. 졸지에 화가의 머슴 신세가 되어버린 성당지기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아. 화가도 등장. 이 화가의 이름은 마리오 카바라도시. 성경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지.


 


근데 이 화가가 막달라 마리아를 본 적도 없고, 사진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 주위의 인물에게서 영감을 좀 얻을 수 밖에 없었겠지. 때마침 성당에 기도 드리러 오는 한 여인을 보게 된거야. "캬! 이 여자다!" 라고 느낀 화가는 그 여인을 모델로 해서 막달라 마리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서로 다른 외모를 가졌지만 예술이라는 신비 속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한 이름으로 빛이 나는 그림속 여인과 자신의 연인 토스카를 떠올리며 화가 쌤은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 라는 아리아를 불러.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


 


근데 그림의 모델이 된 이 여인이 누군고하니, 바로 정치범 안젤로티의 여동생인 아티반티 후작 부인이야. 오빠를 위해서 기도실 열쇠와 변장용 여성의류를 숨기기 위해 성당에 왔던 것이지. 신앙심이 투철하신 성당지기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성인을 그렸다고 투덜대다가 퇴근을 하셔. 화가는 조용히 계속 그림을 그리는 중이지.


 



화가 쌤과 성당지기 형아. 무대 왼쪽에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 기도실이 있어


 


성당이 겁나 조용하니까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정치범 형아가 다시 살금살금 나와. 그리고 기도실 문을 열라고 덜컹 덜컹 소리를 냈겠지. 그림 그리던 화가 형님 '뭔 소리여?' 하면서 뒤돌아보니 웬 거지 같은 남자가 기도실에 들어 갈려고 하네. "누구쇼?" 라고 물으니, "아 띠바 깜짝아" 하면서 정치범이 놀랬겠지. 이걸 어쩌나? 도망을 갈까나? "밥 좀 주쇼!" 라고 연기를 할까나?


 


머리를 막 굴리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이 화가양반 카바라도시잖아! 카바라도시도 공화정을 지지하는 청년이었던거야.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는 안젤로티. 그를 보고 화들짝 놀란 화가는 일단 성당 문을 잠그고 반가이 친구를 맞이하지. 근데 인사할 틈도 없이 밖에서 누군가 화가를 불러. "마리오! 마리오!" 하고 말이야. 화가를 부르는 이 아가씨는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토스카야. 이 도시에서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여가수지. 안젤로티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기 싫은 화가 쌤은 자신의 도시락을 주며 안젤로티에게 기도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해.


 


성당 문을 열어주자 드디어 우리의 아름다운 주인공 토스카 등장. 이 누나 성깔 장난 아닌것 같애. 누구랑 이야기 했느냐? 여자랑 있었던 것 아니냐? 어디다 숨겼느냐? 문은 왜 잠궈놨느냐? 다다다다 쏘아대시는 토스카 누나. 뭐 그런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 화가 형은 밀었다 땡겼다 하면서 토스카를 진정시켜. 토스카가 찾아온 가장 주된 이유는 "저녁에 노래 잠깐 하고 퇴근인데, 육두가 좋아할만한 밤을 함께 보내는 건 어때?" 라는 거야. 화가 형은 지금 육두보다 친구가 더 걱정인지라 대충 알았다고 하고 보낼라고 하지. 그랬더니 이 누나 또 애정이 식었다는 둥, 말할 때 내 눈을 똑바로 안 본다는 둥, 싫으면 싫다고 말로 하라는 둥 롤러코스터의 '헐'에 나올듯한 포스로 화가 형을 몰아세우지. 역시나 산전수전 다 겪으신 화가 형이 잘 달래서 인제 진짜로 보낼라고 하는데, 젠장 이번엔 그림을 본거야.


 


"어디서 보던 얼굴인데." 라고 생각하던 토스카 누나. "아 맞다! 아티반티 그년이로구나! " 라고 하면서 또 한바탕 난리야. "아이고 금발에 푸른눈 좋아하시는 줄 모르고, 눈치도 없이 갈색머리 검은 눈의 제가 화가 선생님 옆에서 귀찮게 해드렸네요!" 하면서 질투에 몸을 부르르 떨지. 화가 오빠는 "아냐 니가 젤 이뻐. 널 사랑해" 하면서 이번에도 멋지게 달래주지. 마음이 좀 풀린 누나는 막달라 마리아의 눈을 검게 칠하라고 농을 던지고는 드디어 퇴장해. 질긴 누나 같으니라고.


 


밥 한그릇 뚝딱하신 안젤로티가 기도실에서 나와서 화가 선생이랑 대화를 나누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케 도망갈 것인가?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여동생이 숨겨 놓은 여자 옷을 입고 밤이 되면 국경을 넘을 거라는 안젤로티에게, 성당 뒷문을 지나 대밭길로 가면 자신의 별장이 있다고 거기로 피하라고 권하는 화가 쌤. 그 때 갑자기 대포 소리가 들려. 안젤로티의 탈옥이 들통난 걸 눈치 챈 두사람은 함께 별장으로 도망을 가지.


 


빈 무대 위로 성당지기가 뛰어 들어 와. "아싸라비야! 잇힝!" 하면서. "화가 선생, 화가 선생 기쁜 소식이 있소!" 하면서 뛰어 들어와서는 "어 없네" 하는거지. 빈 무대를 채우고 분위기를 바꾸는거지. 이 때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뭔 일이야?" 라고 묻는 사람들. 성당지기 기쁨에 차서 외치지. "나폴레옹 이 쉬방새가 전투에서 졌다는구만!" 지금 말하는 이 전투가 저기 위에서 설명한 마렝고 전투야. 로마를 지배하던 나폴리 왕가로써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지. 그래서 오늘 밤에 초대박 잔치가 열리나봐. 다들 성가복을 찾아 입고, 승리의 축제를 준비하는 거지.


 


그때 조명이 어두컴컴해지면서 영화 타짜로 치자면 곽철용이쯤 되는 나쁜놈이 등장해. 이름은 스카르피아. "나폴리 바보" 를 외치는 악의 축들이 설쳐대는 로마에서, 법질서 확립을 위해 밤낮없이 수고하시는 분이지. "정치범 탈옥해서 열받아 죽겠구만, 왜 이리 시끄러우삼!" 하면서 분위기를 망치는 스카르피아. 정치범이 이 성당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그는 성당을 수색하라고 명령을 해. 그러다가 잠겨 있어야 할 기도실이 열려 있고, 그 안에 빈 점심 바구니와 아티반티 후작 가문의 부채가 있는 걸 발견 해. 그리고 그림 속에는 아티반티 후작 부인이 그려져 있고. 이건 누가 봐도 딱 답이 나오잖아? 화가, 안젤로티, 후작 부인 3인의 합동 작품인거야.


 


이 때 우리의 주인공 토스카 누나가 다시 성당으로 와. 스카르피아는 누나를 통해 화가 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려고 하지. "아! 그 화가 양반 말인가? 글쎄. 어디로 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기 왠 여자 부채가 떨어져 있긴 하네. 후작 부인꺼로구만. 그 부인 참 예쁘긴 하지. 하하하" 원래 빡돌기가 특기인 우리 누나. 이 정도 되면 알아서 빡돌지. "내 이 화가 놈을 요절을 내겠어!" 하면서 별장으로 뛰어가지. 이거 뭐 손 안대고 코풀기구먼. 듣보잡 부하 몇 명 시켜서 토스카를 따라가라고 하면 게임 끝!


 


성당 안은 전투의 승리를 축하하는 미사의 합창 소리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스카르피아는 모든 게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몸이 달아오르지. 그는 반역자도 처단하고 토스카도 가지겠다고 큰소리치는 아리아 '가라 토스카!(Va, Tosca!)'를 불러.


 



가라 토스카!(Va, Tosca!)


 


이렇게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에서 1막은 끝. 15분간 인터미션이 있겠사오니 거기 주무시는 분들 인제 일어나세요.


 



성당에서 승리에 감사하는 사람들


 


제2막


 


여기는 파르네체 궁전. 로마를 지배하는 나폴리 왕가가 살고 있는 궁이야. 스카르피아 형아의 집무실도 여기에 있지. 스카르피아 형아는 부하들이 기쁜 소식을 가져오길 기대하면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있고, 밖에서는 전투의 승리를 기뻐하는 축제가 한창이야. 토스카 누나도 궁으로 와서 축제를 위해 노래를 부르겠지. 토스카 누나를 따라갔던 스폴레타가 돌아왔네. 이 친구 덜덜덜 떠는 걸 보니 일이 생각처럼 잘 진행이 안 되었나봐. 토스카 누나가 별장에 들어 갔다 나오는 걸 보고 특수 기동대가 별장으로 후다닥 진입을 했는데, 안젤로티는 없고 화가 선생만 있더라는거야. 그래서 화가 선생만 잡아왔다는거야. (아니 뭔 죄로?) 화가 쌤만 있으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자신이 있었던지 스카르피아는 별로 화도 내지 않고 토스카가 궁에 오면 자기 집무실로 오라는 명령만 하지.


 


그리고 카바라도시를 불러서 심문을 하는 스카르피아. "니가 그랬지?", "뭔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를 수차례 주고 받는 중에 축제를 위한 노래를 마친 토스카 누나가 등장해. 지금부터 스카르피아 타임. 그는 화가 쌤을 데리고 가서 고문하라고 명령한 뒤에, 화가 쌤의 비명 소리를 BGM 으로 깔고 토스카 누나를 꼬드겨. (진짜 악랄한 인간이야.) 누나가 말하지 않으면 더욱 심한 고문을 하겠다고 말이지. 아주 지겹도록 긴 시간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 투스카 누나는 정원의 우물 속에 안젤로티가 숨어 있다고 이야기를 하게 돼. 고문은 끝이나고 화가 쌤은 토스카 누나에게 화를 내지. (아 가슴이 아파서 재밌게 못 쓰겠어.)


 



피투성이가 되신 화가 쌤


 


그 때 듣보잡 부하 중의 하나인 샤로네가 뛰어들어 와. "나폴레옹 이 쉬방새가 이겼답니다." 전세가 바뀌어서 나폴레옹이 승리를 한 거야. 화가 쌤은 이 기쁜 소식을 듣고 스카르피아를 비웃고, 스카르피아는 빡돌아서 화가 쌤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하지. 화가 쌤은 끌려 나가고, 토스카는 그를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해. 이 때 스카르피아가 한 가지 제안을 하는거야. 토스카를 가지고 싶다고. 토스카 누나는 기가 막히지.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미운 인간을 꼽으라면 스카르피아인데, 그 인간이 사랑을 나누자고 하니 말이야. '나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노래와 사랑만을 원하며 살았는데 왜 하늘은 나에게 이런 고통을 내리시나?' 괴로운 마음을 담아 토스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라는 아리아를 부르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그 때 안젤로티를 잡으러 갔던 스폴레타가 안젤로티의 자살 소식을 전해 와. 사랑하는 이를 살릴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생각한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의 제안에 응하게 돼. 카라바도시에게 가짜 총살형을 내리고, 그 뒤에 토스카와 카라바도시가 무사히 이 나라를 떠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으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스카르피아는 스폴레타에게 교수형이 아닌 총살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해. "거짓 총살이란 말이야. 왜 거 있잖아. 전에 팔미에르 백작 때 하던 식으로 말이야" 라고 말하는 스카르피아. "아! 팔미에르 백작때처럼요." 하면서 알겠다는 신호를 하는 스폴레타. 그리고 가짜 총살을 하기 전, 토스카가 직접 화가 쌤에게 가짜 총살이라는 걸 이야기 하는 것도 허락를 해 줘. 거기에 보태서 나라를 떠날 때 사용할 통행증과 여권도 써주기로 하지. (완전 스카르피아 홈쇼핑 수준이야.) 그래서 지금  스카르피아는 신나게 통행증을 쓰는 중이야. 그 때 토스카의 눈에 탁자위에 있는 단검이 보이는거야. 어차피 이 나라를 떠날 계획이니깐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마음이 들었나 봐. 통행증을 다 쓰고 육두스러운 눈빛으로 토스카에게 다가오던 스카르피아는 따스한 토스카 대신 차디 찬 단도를 가슴에 품게 되지. 악인을 처단한 토스카는 통행증을 챙겨서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  


 



스카르피아를 황천 보내신 토스카 누나


 


제3막.


 


이 곳은 천사의 성이야. 성 앞에 천사상들이 세워져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군. 로마의 관광명소 중의 하나라고 해. 천사의 성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 옥상이라고나 할까? 이 곳에 서면 로마의 뷰가 다 보인다는군. (아! 가보고 싶구나!)


 


바티칸 궁과 성 베드로 성당이 배경으로 보이는 이 멋진 곳에서 우리의 화가 쌤은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거야. 병사들에게 이끌려 옥상으로 올라 온 화가 쌤에게 간수 형아가 1시간 정도 남았다고 이야기 해. 화가 쌤은 자신의 반지를 주면서 편지 한 통만 남기자고 부탁을 하지. 사랑하는 연인과의 마지막 작별의 순간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안타까웠던걸까? 그는 토스카에게 마지막 편지를 써. 밤하늘에 별은 반짝이고, 이제 죽게 된 자신의 처지가 처량한 카바라도시.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갈려니 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이라는 아리아를 구슬프게 부르지.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이 때 우리의 주인공 토스카 누나가 듣보잡 중의 한 명인 스폴레타와 함께 등장해. 아까 2막에서 스카르피아가 했던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지. 듣보잡과 군병들은 모두 물러가고, 보초만이 죄인을 감시하고 있지. 토스카는 화가 쌤에게 다가가 통행증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스카르피아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고 이야기 해. 그리고 가짜 총살을 집행할 예정이니 첫 총성이 나면 실감나게 죽는 연기를 하라고 이야기하지. 이제 공포탄을 맞은 화가 쌤이 실감나게 죽는 연기를 하고나서, 병사들이 모두 돌아간 뒤 토스카와 함께 국외로 도망가면 완전 해피 엔딩이 되는거야. 둘은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사랑을 속삭이지. 그 때 병사들이 돌아와. 시간이 된거야.


 



총살형을 준비하는 병사


 


병사들은 총살형을 준비하지. 발포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총을 쏘고,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에 후보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연기 솜씨를 뽐내며 화가 쌤은 쓰러져. 죄인의 상태를 확인한 군인들과 듣보잡 스폴레타는 옥상을 떠나고, 드디어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만 남게 되었어. 이제 사랑하는 님과 함께 국외로 도망치려하는 토스카. 그러나 화가 쌤은 일어날 줄을 몰라. 총살형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던 것이지.


 


그제서야 스카르피아가 음흉하게 웃으며 명령하던 '팔미에르 백작 때 하던 방식' 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토스카. 처음부터 스카르피아는 화가 쌤을 살려줄 생각도 토스카를 도망치게 할 생각도 없었던거야. 이 때 스카르피아가 죽었음을 알게 된 병사들이 옥상으로 토스카를 잡을려고 달려 와.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정신이 나가버린 토스카는 지옥에서의 복수를 결심하며 천사의 성 아래로 몸을 던지게 되지. 아 슬픈 이야기야.


 




오페라 토스카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들.


 


내 죽었지만 이것만은 알려주리다!




2막 마지막 부분에 보면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단도로 찔러 죽이는 장면이 나오지.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찌는 뒤에 퇴장을 하는 부분이었는데, 이 여가수가 눈이 좋지 않았나 봐. 연습 때는 안경을 써서 몰랐는데, 공연 때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지. 토스카가 출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스카르피아가 손으로 출구를 가르쳐 주었다는군. 자신을 죽인 토스카를 위해 이미 죽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출구를 알려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스카르피아. 알고보면 자상한 남자였나 봐.



쏘...쏘...쏘지 마세요!


 


3막의 총살 장면이었어. 토스카는 화가 쌤에게 거짓 총살이니 연기를 잘 하라고 일러주고는 사랑을 속삭이는 중이지. 이 때 총살형을 집행할 군인들이 무대에 등장해. 그런데 이날 군인역을 맡은 사람들은 연습을 전혀 안 한 사람들이었나 봐. 간단한 역이니까 대충 설명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그 군인들은 무대에 나가면 사람이 있을테니 그 사람에게 총을 쏘라고 지시를 받았다는군. 그래서 이 군인들이 무대에 나가보니 사람이 두 명인거야. "어? 두명이네. 누굴 쏴야하지?" 고민하다가 결국 토스카에게 총을 겨눈거야. 당황한 토스카는 눈짓, 코짓, 턱짓을 섞어가며 자신이 아님을 알려주었지. 뒤따라 등장한 듣보잡 스폴레타가 그 쪽이 아니라고 알려준 후에야 화가 쌤에게 총구를 돌렸다고 해. 뭐 이 정도는 잘 넘어갈수도 있어. 스폴레타가 경험 많은 연기자라면 화 내는 척을 하면서 지시하는 연기를 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 관객들은 심각한 장면에 웃음을 넣은 연출을 칭찬할지도 몰라.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뒤에 터졌어. 스카르피아의 죽음을 알고 군인들은 다시 천사의 성 옥상으로 올라오지. 이번엔 무대에 나갔다가 퇴장하는 사람 따라서 퇴장하면 된다고 지시를 받은 이 군인 아저씨들. 성벽에 올라 스카르피아를 저주하고 성 아래로 몸을 던지는 토스카를 보고서는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며, 토스카를 따라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는군. 이래서 연습이 중요한거야. 단역이라고 아무나 쓰면 안된단 말이지.


 


통통 튀는 토스카


 


마지막의 비극적인 장면이야. 토스카는 천사의 성의 성벽에 올라 "스카르피아! 지옥에서 만나자!" 라고 외치며 성 아래로 몸을 던져. 감동의 박수가 터져나오는 순간이지. 근데 성 아래로 몸을 던진 토스카가 다시 튀어올라 놀란 모습을 보여주고는 사라진거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토스카 역을 맡은 여가수의 안전을 위해서 성벽 아래에는 당연히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야겠지. 그래서 매트를 깔아두리고 지시를 했는데, 스텦이 스프링이 들어있는 침대용 매트리스를 준비해 두었나봐. 결과는? 앞에서 말한 대로지.


 


 


동영상 : 짐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