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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8. 목요일
슈피겔

 

 

 

 

 

 


3월 29일 정식 발매에 들어간 스포츠카 스피라에 대한 말이 많다. 머 스피라를 제작해 판매하는 어울림 모터스도 그렇구 그 이전에 스피라를 설계하고 양산했던 회사들 역시 말이 많았다. 한 때는 사기 혐의로 재판도 했었으며, 현대 자동차에 맞춰진 국내 자동차 관련 법규 때문에 양산 시기가 지지부진 늘어지기를 벌써 몇 년이다. 해마다 각종 모터쇼에서는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마니아들의 관심은 싸늘했다.(이차는 철저하게 마니아를 타켓으로 하는 차다)머 요즘 시끄러운 정세 때문에 자동차 기사가 정치 기사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번 스피라의 출시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가카의 딸딸이만큼이나 뜨거운 이슈이다.

 

 

 

 

 

컨셉트 모델 이후 디자인이 변경되기를 2번. 며칠 전 판매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최근 최종 모델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자료를 찾아본 본 우원, 우선 긴 탄식의 한숨부터 내뱉었다. 국내 최초의 수퍼카, 국내 최초의 수제차 라는 수식어가 인터넷 찌라시의 허접스런 지식을 가진 자칭 자동차 전문기자들 사이에 타이틀로 등장했고, 같이 공개된 스펙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라리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지.

 

 

 

 

 

국내 최초의 수제는 맞지만, 수퍼카는 될 수 없는 스피라

 

 

 

 

 

본 우원 처음 스피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이다. 포드의 V8 엔진이 올라가고, 현대 자동차 출신 디자이너들이 모여 지덜이 만들고 싶은 차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 열정에 녹아버릴 정도로 스피라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다. 그러나 해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분야에 투신하면서 이런 환상(?)은 현실의 벽 앞에 하나 둘 타협하기 시작했다.

 

 


2년 전쯤인가 스피라의 양산형 모델을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다. 머 본 우원 차 타러(차 구경) 가는 거랑 놀러 가는 거, 명랑 하러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스피라는 별로 타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유인즉 나중에 완전한 모델의 양산형이 나왔을 때의 기쁨을 나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다녀온 기자들의 말을 빌자면 ‘정말 끝내 준다’ ‘이런 차를 한국에서 만들다니’ 등의 칭찬 일색의, 경쟁적으로 피가 날 정도로 빨아줘도 아깝지 않은 그런 녀석이었다.

 

 

 

 

 

그런데 본 우원의 생각은 좀 달랐다. 우선 차체를 이루고 있는 카본의(탄소섬유) 성형 상태. 물론 양산형이 아닌 모터쇼에서 공개된 모습이 기준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졌다. 이건 머 제대로 달리다 보면 떨어져 나갈 듯 위태해 보였다. 물론 파가니존다 같은 얘덜도 카본 성형의 완성도가(카본 자체의 품질보다 조립상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수작업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스피라의 경우는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머 일단 이해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고성능의 차를 만든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본 우원 불안한 차 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보다 아직은 더 많은 차를 타보고 싶었을 뿐이다. 

 

 


또한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엔진과 동력성능이다. 보통 수퍼카를 기준 하는 출력이나 배기량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수퍼카에 아무나 세팅 할 수 있는 엔진을 올리지는 않는다. 당초 스피라의 엔진은 포드의 V8엔진과 현대의 V6 델타 엔진이(투스카니 엘리사, 그랜져XG, 트라제XG LPG 등등에 사용) 올라가기로 되어 있었다. 나중에 법정 소송까지 몰고 간 포드의 V8엔진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고, 결국 현대의 엔진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

 

 

 

 

 

수퍼카에서 엔진은 섀시만큼이나 중요하다. 또한 메이커의 기술적 척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수퍼카는 그차 만을 위한 단일 섀시에 단일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해도 시판용 엔진을 가져다 뚝딱뚝딱 튜닝해서 올린다구 수퍼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AMG와 포드에서 엔진을 구입해 사용하는 파가니존다, 코닉세그 같은 차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수퍼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쉽게 설명해 수퍼카의 반열에 오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껍데기나 가격적인 면뿐만 아니라 진정한 수파카로 인정받으려면 스피라가 지금까지 걸어온 고난은 새발에 피에 불과 하다는 얘기다. 미안한 얘기지만 수퍼카로 인정받는 것은 결코 마니아들이 생각하는 것과 어울림 모터스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제네시스 쿠페 보다 떨어지는 출력을 가진 차를 7천900만원이나 주고 살 사람 손?

 

 

 

 

 

이번 라인업에는 기존 수퍼차저 시스템을 버리고 N/A와 터보차저로 그레이드를 결정했다. 가격 역시 기존 1억 900만원에서 2000만원 내린 8900만원으로 책정되었고(터보 모델인 스피라S), 엔트리급인 스피라N은 7천 900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엔진은 모두 위에 설명했던 현대의 V6 사양이다.

 

 


현재 수퍼카라고 불리는 차 중에 V6 엔진을 사용하는 차는 없다. 수퍼카라는게 일반 차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출력과 동력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V6 엔진은 수퍼카의 심장으로 큰 메리트가 없다. 분명 닛산 GTR이나 포르쉐 터보를 걸고 넘어갈 독자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차 역시 정확한 의미의 수퍼카의 범주에는 들지 않는다. 최근에는 양산형 하이퍼포먼스 스포츠카와(이른바 엑조틱카) 수퍼카의 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수퍼카는 10가지 종류도 채 되지 않는다. 쉽게 설명해 수퍼카라는 존재는 일반 딜러에서 구입 할 수도 없고, 돈만 있다고 누구나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다. 그 외 전통적인 수퍼카를 구분하는 기준이 몇 개 있지만 이건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다시 스피라 얘기로 돌아와서 스피라N의 최고 출력은 180마력이다. 근 10년 전에 선보인 투스카니 엘리사와 비슷한 출력이며, 비교적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의 2.0 터보 모델보다는 약 20마력 정도 낮다. 여기에 다이나모 상의 실제 출력을 고려하면 스피라N의 최종 출력은 많이 나와야 160마력 내외 이다. 찻값이 반 토막도 안 되는 소나타 2.4가 제원표 상 204마력 나오는 세상이다 7천900만원이 정말 타당한 가격일까?

 

 

 

 

 

 

 


어울림 모터스 측은 스페이스 프레임 설계와 카본으로 제작된 차체 덕에 그런 가격을 책정 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은 없다. 스피라를 구입하는 층 자체가 남들보다 빠른 차를 타고 싶은 마니아층인데, 속된 말로 7천900만원짜리 차가 고속도로에서 반 토막도 안 되는 차들에게 따이고 다니면 수퍼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1200kg의 비교적 가벼운 공차 중량과 스페이스 프레임, 카본 소재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지만 스피라N의 경우는 명품 양복에 짚신을 신은 것 같은 언밸런스함을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걍 명랑하기 위한 상대를 찾는 헌팅하기 좋은 차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동네 튜닝샵에서도 쉽게 200마력 차를 만들 수 있다. 마르고 닳도록 만져온 엔진이 현대 엔진이고, 실력 있는 튜닝 샵에서는 아마도 스피라 보다 빠른 차를 쉽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현대 엔진에 대한 데이터가 풍부하다. 또한 현대의 부품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재조립하는 과정 역시 수퍼카에는 왠지 맞지 않는 듯하다. 최근 어울림모터스는 많은 부분에 있어 자체적인 부품 제조 능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엔진 등의 주요 부품은 아직도 현대의 부품 업체들로부터 납품 받고 있다. 머 현대의 기술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현대의 엔진은 태생 자체가 스포츠 엔진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본 우원에게 돈이 썩어나는 상황에 스피라N을 구입할 만한 여력이 있다면 로터스 엘리스 같은 차를 구입해 손봐 더 빠르게 타고 다닐 것이다. 이는 본 우원만의 생각이 아니다. 스피라의 주 타겟 층인 마니아층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330마력 대의 스피라S 역시 가격대비 메리트를 고려했을 때 수퍼카에는 한 참 함량 미달이다. 최고시속이 315km에 이른다고 어느 인터넷 찌라시 기사가 마르고 닳도록 빨아주는 것을 봤다. 이 최고 시속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이 한국에 몇 군데나 있을까? 과연 그 기사를 작성한 자칭 자동차 전문기자가 그 스피드를 느껴 봤을까가 의문이다. 본 우원 한창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동하던 시절 기록한 최고 속력은 295km 정도이다. 물론 이 역시도 지속적인 것이 아니고 비공식적인 트랙에서의 기록이기 때문에 테스트 리포트에서는 빠졌지만 300km에 육박하는 속력을 버티려면 차나 사람이나 모두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

 

 

 

 

 

최고속에서의 오르가즘? 이런 거 없다. 돌 하나 잘못 튀면 나도 죽고 차도 죽는 게 이 정도 속도이며, 만에 하나 차에 문제가 생겨 정지 시키는 데도 최소 800미터 이상의 거리가 필요하다. 컨트롤은 민감해져 팔 근육에 무리가 가고, 주변의 모든 사물이 운전자를 향해 돌진하는 느낌이다. 쉽게 설명해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은 사람이 200km 이상의 속력으로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최고속력 테스트는 통상 최고속력에 이른 후 최소 4km 이상 그 속도를 유지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다이나모에서 돌리는거? 엔진 회전수랑 기어비랑 계산해서 산출하는거? 이런 거 인정 안 된다. 물론 스피라를 테스트 하면서 315km라는 최고속을 기록 했고, 그 내용을 제원표에 표기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승을 담당한 기자가 315km를 체험 했다면 그것은 구라일 가능성이 크다. 머 한국의 기자넘들이 구라치는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기자넘들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 외 본 우원이 의아한 점은 수퍼카의 제원표에(반드시 수퍼카가 아니라도 스포츠카들은 대부분 포함됨) 표시 되는 마력당 무게비를 확인 할 수 없다는 점이다. 1980년대 부터 불붙기 시작한 수퍼카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지표로 자리 잡은 마력당 무게비는 수퍼카 뿐 아니라 자동차의 성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2톤이 넘는 공차 중량에 400마력의 엔진을 올리는 것과 1톤의 공차 중량에 400마력을 올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사실 수퍼카의 기준이 된 맥라렌 F1이 이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최고이다. 근래에 출시된 엔초 페라리나 맥라렌 SLR 같은 차들의 경우 출력보다 더 앞에 내세우는 것이 마력당 무게비이다. 사실 이 마력당 무게비라는게 단순해 보이기는 하지만 차체 전체의 밸런스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제조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자 메이커 기술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단순히 출력이 높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고, 높은 출력에 가벼운 섀시를 올릴 경우 고속 주행에서 차체가 공중으로 부양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렉서스의 LF-A 역시 맥라렌 F1의 기록을 깨지 못했다. 그만큼 마력당 무게비는 수퍼카를 기준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셈이다.

 

 

 

 

 

스피라의 제원표에는 어디에도 이 마력당 무게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출력과 무게로 쉽게 계산 할 수 있지만 본 우원이 말하고자 하는 건 메이커에서 발표하는 공식적인 수치이다. 스피라가 미드쉽 레이아웃에 뒷바퀴를 굴리고,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와 카본으로 떡칠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단순한 기준을 가지고 수퍼카라는 이름을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수퍼카를 논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수퍼카라고 불릴 수 있는 바, 오늘 본 우원이 쌍심지 키고 게거품 물면서 설명한 부분은 수퍼카에 이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 중에서도 매우 기초적이고 1차적인 것들이다. 이 조건 조차 부합하지 않는데 다른 부분을 논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낭비일 뿐이며, 소모적인 것이다. 이런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퍼카라는 이름을 붙여 언론에 노출시키는 회사측의 행태나, 또 줏대 없이 그대로 따라가는 (대부분은 자동차에 대한 이해조차 미비한) 미디어의 보도 행태를 보고 있으니 한 숨만 나올 뿐이다.

 

 


가카가 여기저기 돌아 댕기면서 딸딸이를 쳐 대고 삽질을 하면서 빡통 흉내를 낸다고 빡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수퍼카라는 개념은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스피라를 제작한 어울림 모터스의 자부심은 이해가 가지만 그 이전에 어떤 조건이 수퍼카에 부합하는 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본 우원이 이런 기사를 작성하게 된 의도는 어울림 모터스가 나쁘다, 혹은 스피라는 허접하다 라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한국에서 이런 차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본 우원 어렸을 적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고, 이런 도전과 시도가 있어야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더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화려한 수식어를 내거는 만큼 제대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퍼카의 경우 단순히 가격이 비싸고, 출력이 높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뜬금없는 얘기지만 지난 3월 26일 서해에서 산화한 천안함의 해군 장병들의 명복을 빕니다. 빠른 시일 내에 원인이 밝혀지고 명예롭게 순직한 장병들이 편안히 영면에 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국제적으로 쪽팔린 일이 없기를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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