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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도 중요하거든?

2010-04-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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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2.금요일


테츠


 


맨날 천안함 이야기만 나온다. 솔까말 좀 지겹다. 누구들과는 달리 나도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군대서 사람 죽는 것도 두어번 봤다. 한번은 내가 일직설 때 훈련병 한명이 화장실에서 면도기 칼날로 손목을 긋기도 했다. (아참 나 신교대 조교 출신이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번 천안함 침몰에서 실종된 장병들 살아오길 바라고, 가족들 오열보면 가슴이 짠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매체들은 모두가 주구장창 천안함 침몰사건만 클로즈업하는데 이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확실히 밝혀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추정, 추측, 의혹보도로 지면만 채우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일본 언론들도 처음엔 한국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막 퍼뜨리다가 지금은 거의 안한다. 왜냐? 일본언론은 기본적으로 팩트보도를 하기 때문이다. 관계자 코멘트도 팩트이긴 하다. 그런데 그 팩트가 왔다갔다하면, 즉 신뢰성이 없으면 적극적인 보도가 힘들어진다. 지하벙커에서 나온 관계장관들의 발언이 매일처럼 바뀐다. 최초 침몰시간조차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뢰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이 와중에 프라다 가죽점퍼 입고 패션쇼 하시는...씨발것) 그래서 일본언론들은 천안함에 대해 그다지 보도를 안 한다. 좀 정리되면 하자. 뭐 그런 분위기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정보공개해 달라는 류의 기사, 칼럼, 사설을 전방위적으로 쏟아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정말 알고 싶다면 교신기록을 전부 공개해 달라고 전언론이 들고 일어나면 정부도 견딜 수 없다. 결국 공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지금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첩보'에 기대는 추측보도로 트래픽 장사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선일보는 몇몇 빨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톱기사로 싣고 또 한면 통째로 특집을 싣기도 했다. 배짱좋기로 유명한 조선일보지만 사람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나오는 원초적 분노를 색깔론으로 치환시키는 그런 치사한 짓 언제까지 할 작정이냐. 제발 좀 그만하자. (관련포스트: <조선일보>가 불씨 지피는 천안함 북한공격론)


 


본햏, 한국 떠나온지 꽤 됐다. 1년만 놀다 가려했는데 어찌하다보니 결혼도 하고 아이도 셋이나 낳아버렸다. 그러다 보니 라이프스타일은 반쯤 왜놈 됐다. 그렇지만 정신은 천상 조선놈이다. 남한, 북한과 관련한 뭔가가 터져나오면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 있을 땐 이러지 않았다. 대학 때 절친한 친구였던(엉?) 신짱한테 물어보면 알겠지만 그도 나도 애국심이나 조국이라는 말만 들으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와서 한 10년 가까이 생활하다 보니 나라의 중요성에 대해서 경험적으로 많이 느끼게 됐다. 외국 나오면 다 애국자 된다. 한국뉴스만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인다. 한류붐이 불었을 땐 마치 내가 괜히 돈버는 기분도 들었다. 02년, 06년 오쿠보에서 같이 월드컵 봤을 땐 정말 집에 가기 싫었다...-_-


 


자, 본론이다.


 


그저께, 그러니까 3월 30일이다. 오후 3시 일본문부과학성은 내년 4월부터 도입될 일본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 교과서 5종에 대한 검정통과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다섯종은 문부성이 인정하는 공인교과서로 검정통과했으니까 내년부터 5년생들은 모두 사회과목은 이 교과서로 공부해야 한다. 교육출판, 미쓰무라도서, 도쿄서적, 일본문교출판, 일본문교출판 오사카서적에서 나온 교과서다. 기술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교과서들 전부 선을 그어놨다.


 


이 선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그어져 있다. 이런 선들은 몇군데 있다. 쓰시마(대마도) 왼편에도 그어놨다. 그렇다. 국경선이다.  

처음 이 소식을 연합뉴스를 통해 접했을때 별거 아니겠지 했다. 늘상 해 오던 도발이라 생각했다. 일본언론도 조낸 조그많게 처리했다. 한국언론들도 대부분 일본언론 받아서 기사를 냈다. 일본이 작게 썼으니 당연히 기사크기가 작다.


 


솔직히 그냥 넘어갈까 했다. 최근에 제이피뉴스에 입사한 이연승 인턴기자가 산케이, 아사히 잘 정리해서 실어놨던 것도 있었고. 그런데 말이다. 뭔가 께름칙했다. 이럴 때가 몇 번 있다. 폭풍전야라고나 할까? 폭풍이 밀어닥치기 전의 조용한 그런 분위기 있잖아.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데 암튼 그럴 때가 있다.


 


그래서 문부과학성에 전화를 걸었다. 그 교과서 좀 얻을 수 있겠냐고. 그런데 잘 안 바꿔 준다. 괜히 오기가 생긴다. 몇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오전 10시부터 걸기 시작해 오후 2시에 겨우 그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조낸 보여주고 싶다만 나도 직업기자인지라 사규도 있고 하니까 해당 관련 내용은 이쪽에서 확인해 달라.


 




[단독입수] 일 독도영유권 주장 교과서, 그 실체는?


 


다 읽었냐? 이건 말이다. 지금까지 '도발'해 온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명확하게 "독도는 일본땅"임을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게다가 선택의 여지도 없다. 공인교과서 5종 전부 국경선을 긋거나, 혹은 영토분쟁지역(오사카서적은 명백하게 '한국이 다케시마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적어놨다)이라고 적어놨다. 내년부터 무조건 일본아해들은 이걸로 공부해야 한다. 채택율 100%다.  

그런데 이 기사를 쓰다가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주일한국대사관의 태도였다. 대사관에 전화 걸어 이 교과서 어떻게 대응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이 분들이 아무런 대응책, 준비도 안 하고 있더라. 아침에는 이사(대사관 이전?)관련 회의한다고 아예 담당자조차 자리에 없었다. 난 무슨 회의한다길래 아! 이놈들 항의하려고 준비하나 보다 했는데 '이사 회의'라니 타이밍 정말 절묘하지 않냐? 겉으로라도 강력하게 항의하고 그래야지 이건 뭐...-_-;;


 


윗 링크기사에도 나오지만 완전 무대책이다. 외교통상부 지시에만 따른단다. 그럼 외교통상부는 뭐하나? 30일날 주한일본대사 불러서 엄중하게 항의했다. 자, 그 다음엔?


 


하긴 외교통상부도 답답할 수 있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속으론 울고 싶을 수도 있다. 이거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최정점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독도영유권 표기는 중학교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따라 실시된 것이다. 실제 문부성 관계자도 나한테 "중학교 교육과 초등학교 교육이 다르면 안되지 않습니까? 일관성있게 하기 위해 중학학습지도요령해설서를 따른 교과편찬을 주문한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결국 중학교학습지도요령해설서가 문제다. 그런데 이 해설서는 08년 여름에 나왔다.


 


08년 여름? 뭔가 꽂히지 않냐? 그렇다. 당시 후쿠다 수상이 이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따라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다라는 구절을 넣어야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했고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시기가 안좋다. 기다려달라"라는 발언을 했다고 요미우리신문(08년 7월 15일자)이 보도한 딱 그 시기다.(이것과 관련해 국민소송이 벌어진 상태다. 관련기사는 너부리 편집장이 적당히 링크걸어다오. 아무튼 이것과 관련한 재판이 4월 7일 열린다. 며칠 안남았으니 기억하고 있어라. 4월 7일이다. 4월 7일) 

누차 말하지만 나는 엄청난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국가는 당연히 자국민이 생활해야 할 영토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 영토를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이 유지, 보전, 보호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거다. 또 이유야 어찌됐건 독도는 현재 한국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엄연한 한국영토다.

이 귀중한 우리 영토에 대해, 일본 전국의 5학년 꼬맹이들은 내년 4월부터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배우게 됐다. 이런 엄청난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고작 일본대사 불러서 항의나 하고 있고, 언론도 단발보도로 끝났다. 실체없는 천안함 보도로 연일 마쓰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천안함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독도도 중요하다. 관심 좀 가져다오. 시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