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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주 걸리는 게 있다. ‘ChatGPT’라는 인공지능 챗봇 소식이다.

 

언어능력이 대단하다, 코딩을 짤 수 있다, 곧 구글 검색, 아니 니 직업도 대체할 거다 등등. 이 깡통에 대한 칭찬과 두려움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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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참조(링크)

 

본디 삐딱하게 태어난 탓인지,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서인지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봐야 계산 좀 빠르고 전기 왕창 잡아먹는 깡통이지, 인간 흉내 좀 낸다고 인공지능이라 할 것까지 있겠어? 여차하면 코드 뽑아버리면 그만이지… 정도가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과거의 내가 얼마나 무지성이었는지. GPT라는 위대한 인공지능을 몰라본 내 ‘천연’지능은, 천연지능 중에서도 매우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는 슬픈 진실을.

 

놀라운 인공지능, GTP의 출현. 이것은 계몽(Enlightenment)이다. “빛을 비춘다”라는 어원대로 계몽된 것은 나요, 물러간 어둠은 질 낮은 내 천연지능이리라.

 

대국민 프로젝트, GPT 활용하기

 

GPT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무지몽매한 나를 계몽한 그는. 

 

나도 알고, 너도 알고, 길 가던 똥개도 아는, 바로 우리의 윤통이시다.

 

화면 캡처 2023-02-01 121253.jpg

출처 - <매일경제>

 

이날 윤통께서 GPT를 써봤더니 아주 좋아, “대통령실에 있는 수석과 비서관 모두 챗GPT에 관심을 가지고 익히면 좋겠다.”하고 어명을 내리셨다. 

 

자, 생각해보자. 바쁜 대통령께서 친히 사용해 보시고, 그보다 더 바쁜 대통령실 수석과 비서관들까지 모두 GPT를 익히는데 정진하고 있는 지금. 방구석에서 코나 후비고 있는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 되겠는가.

 

나의 저질 천연 지능은 눈치챘다. 이것은 국가에 내린 어명이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다. 윤통이 선사한 한 줄기 계몽의 빛을, 감히 외면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대통령 말씀에 따라 GPT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일을 누가 하냐는 것인데. 국내에서 이런 중대한 문제를 해낼 수 있는 곳은 <조선일보>와 <딴지일보> 두 곳밖에 없다. 그런데 우국충정의 마음이 식은 것인가, 감이 떨어진 건가. <조선일보>가 잠잠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임무가 막중하다. 챗GPT라는 요상한 인공지능에 대해 배우고 익힐 터이니, 모두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잘 따라오도록!

 

1. 접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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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로그인 후 첫화면 (ChatGPT 링크)

 

위 주소로 접속해 가입하면 누구나 챗GPT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정식 출시 전이라, 이후 요금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픈AI라는 회사에서 개발했고,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다. 알파고가 바둑만 할 수 있는 깡통이라면, GPT는 언어학습으로 채팅까지 할 수 있는 깡통이다. 인간 뇌의 시냅스 역할을 하는 매개변수(parameter)가 1,750억 개 들어가 있다.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교수님들이 차차 설명해줄 테니 우리는 프로그램 활용에 집중하자.

 

참고로 챗GPT는 검색 프로그램이 아니다. 질문을 받으면, 구글 검색 후 자료를 긁어 답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했던 자료 중 유사한 자료를 찾아 제공한다. 현재 공개된 버전은 2021년까지 나온 자료를 학습했다고 한다. 그래서 2022년, 2023년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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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다

 

한글로도 검색이 가능하지만, 영문에 비해 답변 속도가 느리다. 가끔은 한글로 물었는데 영어로 답하기도 한다. 기계의 농간이라 노여워하지 말고 차분하게 구글 번역기를 돌리자.

 

2. 소설 쓰기

 

챗GPT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능이 바로 소설과 시 쓰기다.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창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물론 GPT가 만드는 이야기는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다고 100% 순수 창작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대부분 모방의 모방이기 때문에, 인간의 창작물 B는 A에서 가져온 결과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GPT의 창작과 인간의 창작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오늘은 사용법을 익히는 날이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GPT에 구체적인 설정을 주고 소설을 써달라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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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건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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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정형적이지만, 술을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혹은 국가가 점점 분열된다는 부분은 제법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이 질문을 조금 바꿔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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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라도 읽었는지 제법 괜찮은 체계적인 스토리 구조를 짜낸다. 게다가 알콜중독은 치료받아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까지 담고 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소설이라면, 인쇄해서 용산에 뿌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3. 질문하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질문하기’ 기능이다. 예전에 궁금한 게 생기면 구글링했지만 요즘은 GPT 창을 항상 켜놓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물어본다.

 

대체로 재미없는 전교 1등 말투로, 아주 당연하고 이성적인 답변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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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미국 학교에서 과제 작성 시, GPT 사용을 금지한 게 아닌 것 같다. 범생이 같은 답변이지만, 번호를 매겨가며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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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희소한 사례다. 답변하는 걸 보니,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의미 있는 자료 정리를 맡기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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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변도 만족스럽다. 처음에는 ‘쩍벌’이라는 한글 단어를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영어로 쩍벌남(maspreader)로 적어줬더니 단어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혹시나 주변에 쩍벌하는 사람이 있거든 GPT의 조언을 크게 소리 내 읽어주도록 하자.

 

4. 작문 

 

단순 자료조사 뿐 아니라 문서를 작성할 때도 GPT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아래처럼 두 문장을 하나로 합쳐 달라고 요청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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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문장 순서까지 바꾸면서 아주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기대 이상이다.

 

이번에는 어떤 ‘천연 지능 인간’이 한 말의 오류를 찾아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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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감히 인간의 말을 반박하고 오류를 찾아내기까지 한다. 이걸 음성인식과 결합하면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귀뚜라미 보일러 마냥 집집이 하나씩 해드리면 좋겠다.

 

아크로 뭐시기, 그 집에도.

 

5. 맥락 이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이다. 요건 할 때마다 매번 신기하다. 

 

질문 하나에만 반응했던 기존 채팅과 달리 GPT는 질문을 쌓아갈 수 있다. 우리가 가르치는 것을 영구적으로 학습하는 건 아니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앞 문장의 맥락에 맞춰 답을 한다. 일정 조건에서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했던, 소설을 써 달라는 질문은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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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신기한 기능이지만, 여기서 GPT의 한계가 드러난다. 주인공이 알콜중독이면 그에 알맞은 묘사, 예를 들어 코가 빨갛거나, 배가 이따시 나왔다는 묘사가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GPT는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집중해 그에 관련한 묘사를 제시했다.

 

성격 역시 마찬가지. 대통령이 되었으면서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책무를 강하게 인지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나약한 정신상태에 가깝다. 이런 부분에서 아직 GPT가 그리 정교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래도 심심할 때, GPT와 함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GPT는 학습 놀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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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 두 번 말했더니, 자기도 두 번 답을 한다.

 

해당 기능을 알기 전까지는 GPT, 묘하게 건방지고 똑똑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는데. 이걸 시키고 나서는 녀석이 썩 마음에 들었다. 역시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다. 절대복종하는 상황이 오니, 군림하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삶

 

짧게나마 녀석의 주요 기능을 살펴봤다. 오늘 본 기능 외에도 많은 사람이 GPT를 조련(?)하며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찾고 있으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녀석이다.

 

게다가 이건 GPT 3.5인데, 올해 상반기에 GPT 4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말로는 GPT 4야말로 센세이셔널 하단다. 먼 미래가 눈앞에 불쑥 다가온 것 같아 무섭기도하고, 동시에 설렘도 있다.

 

우선 GPT 활용을 우선 과제로 삼고. 이 기술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어떤 특이점이 될지는 천천히 생각하자. 너무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샌님처럼 굴 필요도 없다. 돌도끼나 불, 컴퓨터나 엑셀이 등장한 것처럼, 좋은 도구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자, 이제 GPT에 접속해보자. 그리고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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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N>

 

모르는 게 있으면 붉어진 얼굴로 당당하게 무지를 뽐내지 말고, GPT에 물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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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하나만으로 우리는 본전을 뽑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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