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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김사랑편 반론 - 나는 좋기만 하더라.

 

2001.12.24.월요일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이미 누차 말했다시피, 독자 열분들의 참여로 이루어 지고 있는 본 코너....

 

하지만 공연 뿐만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에브리바디가 똑같은 감상과 평가를 가질 수 없다는 거 굳이 말할 필요 십원어치도 없음이다. 그래서, 머 따로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본 코너, 독자 열분들의 반론 역시 환영이다. 이런식으로 정겨운 논쟁이 오가는 사이 우리의 공연문화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나아지는 거 아니겐냐.

 

이번 좌충우돌에서는 지난 호에서 소개되었던 김사랑 단독공연 후기의 내용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가절하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제 3의 독자 Drag님의 반론을 싣고자 한다. 지난 좌충우돌을 읽지 않았거나 내용이 가물가물한 분덜은 잠시 아래로 빠꾸해서 복습 좀 하고 기사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지난 좌충우돌 김사랑 편 다시 보기
 

 
 


좌충우돌이라 함은, 좌파의 의견이 나왔을 땐 우파의 글도 읽어보고 독자들이 두 의견을 저울질 하며 수렴할 수 있는 거다라고 생각되어 아래와 같이 본 우원의 감상과 평가를 써 보는 바다. 참고로 본 우원 Drag은 전체 4회 공연중 2회를 제외한 모든 공연을 관람하였으며 운좋게도 세 번 다 제일 앞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공연 순서는 ;




 
 

 1. Rain
 2. Feeling
 3. Keep the groove
 4. (멘트) snob
 5. come together
 6. sweet dreams
 7. 게스트공연
 8. never
 9. (멘트) 떠나
10. (멘트) 나
11. 무죄
12. 신의 이름으로
13. 4D (인사)
14. 앵콜곡 (creep, 2, good night)

 

였으며, 80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 졌다.

 

지난 호 좌충우돌편의 평가에선 본 우원이 보기에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는데, 차근차근 짚어 보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번공연에는 관객아닌 팬이 따로 있었다" ; 이게 무슨 말인가?

 

솔직히 김사랑이라는 가수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상, 돈을 내고 오는 콘서트에는 김사랑이 누굴까? 공연봐야겠네하는 관객보다는, 그의 콘서트를 목마르게 기다려 왔던 팬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 아닌가. 음, 너무 당연한 얘기를...

 

그리고, 왜 팬들의 그의 곡에 함께 할 수 없었나? 소리지르는 곡이 많아서? 그러면 Limp Bizkit이나 Diablo, Marilyn Manson같은 넘들 공연장에서의 팬들 함성은 뭐지? 콘서트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거 아닌가. 노래 같이 따라부르고 슬램하고 헤드뱅잉하고... 가수가 함께 노래부르자는 말에 부담을 느낄 정도라면 대체 콘서트는 왜 보러 간 거냐 말이다.
 

 

 폐활량 문제

 

쉴새 없이 읖조려야 되는 곡 [keep the groove]... 솔직히 라이브에선 불가능(까진 아니지만)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비트를 좀 더 빨리해서 그런 문제는 간단히 넘겼다. 쪼까 과격한 액션을 취하거나 노래들을 쉼없이 불러제껴야 하는 부분에서도 그가 숨차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샤우팅이 갈라진 건 폐활량 때문이라기 보다는 목이 쉰 탓으로 봐야 한다.






 
 

 

"원래 목청은 좋다구!!"

 

하지만 이거 하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수에게 있어서 목소리 유지도 하나의 능력이다. 목으로 먹고 사는 인간인데 당연한 거지. 성우나 아나운서들을 봐도 감기 안 걸리려고 평소에 세심한 배려를 많이 하는데 더군다나 콘서트를 며칠 앞두고 감기에 걸리다니.

 


 김사랑이 박자감각

 

본 우원, 이 넘 라이브하는거 들을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리듬감각 하나는 타고 난 듯하다. 노래를 참 맛있게.. 라기 보다는 멋나게 부른다. 자신의 노래를 부를때도 그랬지만 특히 다른 곡을 리메이크해 부를때면 원곡의 분위기를 어설프게 따르지도 않고, 그 곡의 특성을 파악해서 강조할 건 강조해가며 그 안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놓는단 거다.

 

이런건 당연히 뛰어난 박자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거고. 김사랑이 부른 George Michael 원곡의 Faith를 들어보면 림푸가 부른 그것보다 낫다고 볼 구석도 많다. 원곡 특유의 그루비한 삘을 잘 살림과 동시에 거친 샤우트도 소화를 잘 해냈으니.

 

악기가 따로놀았다는건 김사랑이 중간에 노래순서를 착각해서 잠시 연주가 안맞았던 실수를 얘기하는것 같은데, 그거 갖고 스쿨밴드란 말을 붙인 것은 좀 심한 듯...

 

음향은... 마이크소리가 가끔 잘 안나오는 (심각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하울링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본 우원이 앞쪽에 있어서 못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김사랑의 멘트와 부대 이벤트

 

공연 중간중간 그의 사적인 멘트는 관객을 실망시켰다기 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TV나 잡지, 라디오에서만 보여지던 카리스마, 천재(물론 과장이다)소년의 이미지와는 달리, 군대아닌 군대(공익)를 간다고 농담도 던지고 밴드멤버들과 장난을 치던 그는, 오히려 인간 김사랑을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해 주었다.

 

여기엔 300여 명이 들어갈 클럽의 아담한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팬들이 뭐라뭐라 외치면 가수가 다 들을 수 있고, 관객들 역시 그의 작은 모션,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곳. 만약 장충체육관처럼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김사랑이 이런 멘트를 했다면, 그것은 멀리 뒤쪽에 앉은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밖엔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공연의 맥도 끊겼을 것이다.

 

하지만 소규모 콘서트는 또 그만의 매력과 장점이 있지 않는가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많은 교감을 서로 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에 나온 비디오를 신파성이라고 한 건 충격이다. 4회공연 마지막에 깜짝 카메라 형식으로 군대가는 김사랑에게 그와 친분있는 사람들이 영상편지(?)같은걸 보내는 형식이었는데 오히려 코믹한 요소들이 더욱 많았다. (2집앨범 디자이너인 삭게오를 술친구 라고 표시한다거나 마지막에 사람들이 모여  데모를 하듯 구호를 외치는 것 등) 물론 그거 보면서 우는 10대 팬들도 간혹 있었지만 솔직히 자기가 좋아하는 연옌 군대가서 몇 년간 못본다면 굳이 그 영상 때문이 아니라도 그렇게 우는 애들 많다. 신파성이라고 한 건 심한 과장인 듯싶다.
 

 

 "앵콜곡 안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공연이라서, 특별히 군대가기 전이어서, 앵콜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말을 들은 관객들 중에는 여느 가수의 공연도 마지막날 마지막회에 가면 안되는 것으로 착각할 것 같기도 하다. "

 

Bloody JaQ님은 한가지 가지고 싸잡아 평가절하하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듯. 앵콜곡을 안하려고 했던게 아니라, 앵콜곡 리스트 중에 래됴헤드의 [creep]이 있는데, 3회때는 잠긴 목 때문에 부르지 않아서 매우 죄송했고, 무리이긴 하지만 4회에는 불러보겠다고 한 그 말을 잘 못 이해한 듯. (대체 언제 그가 군대가기 때문에 특별히 앵콜을 부르겠다고 했지?  3회엔 크립을 뺀 나머지 앵콜곡-2와 good night-을 모두 연주했다.)
 

 
 


물론 지난 좌충우돌의 평가에 대해서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

 

공연의 구성 및 진행이나(김사랑은 왜 그렇게 공연 순서를 잘 까먹을까) 분위기 안 맞는 게스트. 3회때 토이의 유희열과 김연우가 나왔는데,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적응 못해 쫄기도 했다.

 

가장 공연의 흥을 깬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름대로 그가 준비한 팬 서비스였다. 공연 중간쯤 팬 한명이 선착순으로 올라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면 거기에 맞춰 김사랑이 드럼을 치고 오영상이 기타연주를 해준 뒤, 선물로 기타를 주는 거였다.

 

팬을 생각한 마음이야 좋았지만 그것 때문에 공연 중간에 서로 올라가려는 팬과동시에 두명이 올라와서 자신이 기타를 갖겠다고 하는 장면은 웃지못할 상황이었다. 정말이지 그 시간에 차라리 노래를 한 곡 더 부르지..
 

 
 


확실히 이번 공연,  최고의 공연은 절대로 아니었다. 가끔식 문제를 일으키던 음향이나 허술한 공연진행, 핀트 안맞는 조명, 무엇보다도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지 못한 가수.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수십번 반복과 연습을 거쳐 녹음한 그의 연주가 노련한 테크닉과 순발력을 요하는 라이브 공연에서 빛을 볼 수 없었던 것 또한 아쉽다.

 

김사랑 스스로도 클럽이나 대학 축제에서 잠깐 공연하는 것과 단독 콘서트를 가지는게 어떻게 다른건지 많이 느꼈겠지. 하지만, 그는 정말 열심히 했고 공연을 보는 이들 역시 부담감없이 즐길 수 있던 콘서트였다.






 
 

 

우루루 서는 무대의 게스트와 단독 공연 호스트가 갖는 책임감의 무게는 거의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웠으리라.

 

살짝 어레인지한 앵콜곡 [2]와 [goodnight]도 정말 좋았고.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1회, 3회, 4회  총 네 번하는 공연중 세 번을 보았는데 그 느낌이 매회 다르다는 거였다. 목은 갈라졌어도 그는 지친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때마다 좀 더 공연분위기와 관객들의 반응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솔직히 1회때 라이브는 잘했지만 관객과의 교감이나 멘트는 그닥 많지 았았으니까.

 

본 우원이 김사랑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가수의 지위에서, 하고싶은 음악을 계속해 나가는 그 정신과 노력이다. 1회 공연때 게스트로 박진영이 나와 이런 말을 했었다. "만 19살인 김사랑은 벌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세계를 구축하며 나아가고 있는데만 29살인 자신은 이제야 겨우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았다"고..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서울에 올라와 데뷔를 하고 2집을 내기까지 많은 시련들이 있었을 거다. 그 와중에도 그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놓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발전해나가고 있다.






 
 

 

다 니 잘되라고 하는 소리들였으니게 삐지지 말고 귀기울여 잘 듣거라.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다소 완고하다 싶을 정도의 김사랑의 자기 보존능력은 자칫 잘못하면 매너리즘으로 빠질 위험 또한 크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커갈수 있는 뮤지션이라고 믿기에 오히려 후에 그가 할 공연들, 음악 작업들이 더 기대가 된다.

 

그리고 잼있는건, 보통 대중적인 인기보다 매니아 층의 지지를 누리는 가수라면 그 팬들 역시 한 카테고리에 집어넣을 수 있는 특징이 있는 부류일텐데, 콘서트의 관객층이 초등학생부터 30대 초반까지 해서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여학생도 있었다.

 

솔직히 본 우원이나 Bloody JaQ님이나 콘서트 갖고 뭐라뭐라 말하지만, 열 사람이 본 하나의 공연엔 열 개의 느낌이 나오는 거니까...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우덜이 직접 현장에 가서 마음껏 즐겼으면 된 거 아니겠는가? 공연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건 콘서트를 보는 그 순간에 맘껏 즐기는 것. 그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바로 콘서트를 가는 이유일 테고.

 

JUST FEEL IT!!!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위촉위원 
Drag (toyny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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