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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국위선양 루이뷔텅 아줌마


2001.12.17.월요일
딴지 외교부 이태리 지부

                                   


내가 이태리에 오기전 알던 이태리 말은 고작 베르사체, 베네똥, 본조르노 프린치뻬싸!(인생은 아름다워를 한번 보면 외우게 되어이따) 였다.


내가 이태리에 와서 배운말은 구찌, 프라다, 조르조 아르마니, 페라가모, 미쏘니, 펜디, 막스마라, 모니카 벨루치, 로베르토 베니니(알고보니 인생은 아름다워 만든감독이자 배우여따 ), 불가리(요쿠르트 아니라) 등으로 늘어났다. 존나 공부했다. 위에 열거한 부랜드들 몽땅 사람 성을 따서 지은 거란다. 구찌는 구찌씨가 프라다는 프라다씨가 페라가모는 페라가모씨가 미쏘니는 미쏘니씨가 펜디는 펜디씨가 만든, 지금은 가족들이 관리해오는 패밀리 비즈니스이다.


나 이태리에 첨 와서 저거뜰의 쇼윈도 앞에서 울부짖었다.


   아! 이게  죄 이태리 국산품 이었구나! 싸겠다!


사실, 감격해 하면서 한편으로 아픈 과거가 밀려왔다. 나와 나의 친구덜은 저거뜰을 넘넘 좋아했지만 애석하게도 구짜, 벼루사체, 프루다, 팬 뒤, 미쑨희, 막숨아라, 패라카모 등의 짝퉁 바께 엄써다. 우리 조직에선 "이거 진짜냐"라는 말이야말로 어설픈 우정에 톱질을 하는 만행이었다. 쪼잔한 우리의 자존심을 서로서로 받쳐주고 진짜 같은 짝퉁을 어디서 좀더 싸게 살수 있는지 정보를 건네주는등 우리의 우정은 그렇게 쫀득하게 일구어져 갔더랬다.


가끔 조잡한 본드질과 엉성한 바느질, 상관없는 모냥(세모 가방을 네모,원형으로 만들었다든지 등등), 생명 가튼 로고가 떨어지거나 스펠링하나 모자라는 짝퉁이 있다.


굳이 원인을 보자믄 자금 사정으로 진짜를 사서 뜯고 해부해서 제대로 베껴 내지 않고 기냥, 그림에서 본 느낌으로, 성의없게 흉내낸 짝퉁을 보고 별 의심 갖지 않고, 꿈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기술자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경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작품이 나오게 된다. 그걸 다시 베끼고 베끼고 하는 하부구조로 내려갈수록 악순환이 계속되어 결국은 말도 안되는 기형적인 짝퉁이 나오거나  우산든(아놀두파마) 악어가(라코수떼) 탄 말(봐버려)의 폴로셔츠(말도안돼) 가 나오기도 한다.


이해 안된 넘들을 위해 한번더.


앞넘:어머 가랑 걔랑 여간 우정이 깊은게 아니래.
중간넘B:어머 가랑 걔랑 여관? 깊은 사이가 아니게써?
맨뒤넘:우정이가 누구야?


이렇게도 될수 있단 이야기다. 무섭지? 프로패셔널한 마인드가 절실한 순간이다.


혹여라도 그런 것들을 모르고 샀다 망신당해 대인 기피증, 광장 공포증등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또 사면돼"를 읊어주며 전의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주로 우리들의 쇼핑장소는 이태원, 이대 뒷골목, 동대문 남대문의 두산, 밀리오레로 옮아 갔다.


 


이태원 쑈핑타운


이태원엘 가면 최소 3개국어 이상(의 인사말만)을 구사하는 명랑 삐끼들이 하나마나한 단속을 비웃으며 일단 포획한 넘들을 지하로 끌고간다. 물건의 보유양이 많을수록 점포는 언더그라운드이다. 언더그라운드란 맹렬 추종자들의 성원땜에 늘 존재할 수 있었다. 노련한 삐끼들은 우선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카다로구는 진짜라며 자랑스러워 하곤 했다. 여기선 보여 달라는 대로 다 나온다. 우리덜은 "정말 똑 가타"만 외친다. 점원들 흐뭇해 한다.


이렇게 짝퉁이지만 그 구매후 얻는 만족도는 진짜 가진 넘들 못지 않았다. "잠시 검문 있게슴다"하고 검사하는것도 아니고  진짜 가진 넘들의 그거뜰과 나의 거뜰이 흰말엉덩이나 백마 궁둥이처럼  거기서 거기였고, 더구나 나의 것은 너무나 쌌고 그 넘들 꺼나 우리덜 꺼나 있어 보이는 건 마찬가지 였다. 엄는 이들의 대리만족, 보상심리까지 배려해 주며 지하에서 수고하는 언더그라운드의 기능사 여러분, 묵묵히 그들의 작품을 발굴 홍보해 그들의 작품을 비즈니스로까지 승화시키는 삐끼 옵빠들의 노고에 우리들은 늘 감사를 하곤 했다.


한동안 이태리 교민사이에서 이태원의 짝퉁제조 기술자 한명이 루이뷔텅의 프랑스 본사로 정식 스카우트 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을 적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건 전혀 귀신 씨나라 까먹는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 나온 김에, 잠시 짝퉁은 이렇게 응용되기도 했었다.


 정석파


100% 짝퉁 이용.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짝퉁이지만 분위기가 여간 자태롭지 않다. 고도의 스타일링(전문용어로 코디 란 말보단 스타일링이 보편적임)과 패션 감각이 요구된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긴장감이 넘의 곳곳에 걸쳐진 짝퉁을 타고 전율 한다.


 응용파


짝퉁과 진짜의 비율이 8대2. 주로 엄마 가방, 코트, 아부지 시계, 남방, 폴로셔츠등을 주로 이용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공수한다. 단 분위기가 다소 노숙하다. 쉬크한 유행이랑 상관없는 어르신용 소품이라 가끔 얼굴과 따로 논다. 우끼지만 본인은 너무 당당하다.


 브루조아파


짝퉁과 진짜의 비율이 앞의 넘과 달리 2대8이다. 돈많은 부모를 졸라 별 어려움 없이 마련하거나, 근교 나라로 쇼핑관광을 자주 가는 트렌드에 아주 민감한 절친한 친구들을 통해 쉽게 그거뜰을 걸고 매고 찬다. 짝퉁 몇 개는 나 같은 친구들에게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재미로 구입한 거뜰이 대부분이다.


 위선파


그래도 이건 내 꺼 중 유일하게 진짜라고 진짜 사기치는 형. 만져보고 흔들어서 중량, 싸운드, 촉감 으로도 대번에 진품명품을 가려내는 우리들은 그냥 뒤에 가서 그런다. "쟤 진짜 우껴" 우리 친구들은 적어도 치졸하게 거짓말 하진 않았다. 묻지 않을 뿐이었다.





이태리에 유학 오면서 잠시 나 고민 했었다. 이태리 짝퉁을 들고 이태리에 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많았고 그래서 친구에게 다 줬다. 그리고 그랬다.


  "자신감이 중요해."


이태리제 나온 김에 이태리, 그것도 모든 진짜의 총메카인 쇼핑천국 밀라노 이야기를 해보자. 이태리를 패키지로 여행할 때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나폴리, 씨에나, 볼로냐 등등을 거치고 나서 밀라노에 마지막으로 들러 쇼핑하고 바로 공항으로 떠나는 여행일정을 종종 볼 수 있다. 밀라노는 볼거리를 위해 가는 게 아니라 쇼핑하고 즐기는 도시다. 유명 패션, 인테리어, 사진학교가 몰려있기도 하고 유명한 쇼핑 거리 montenapoleone(몬떼나폴레오네)는 -- 우리나라 압구정의 로데오거리, 청담동의 유명 부띠끄, 외국브랜드의 상가 밀집지역의 분위기를 상상하면 된다. 밀라노 멋쟁이들은 죄 볼 수 있다 -- 거짓말 좀 보태 이태리 사람보다 외국 쇼핑객들이 늘 많다.









이태리라고 짝퉁이 없을소냐.
이곳의 백화점 입구. 흑인들이 짝퉁을 팔고 있다... 


어느 따뜻한 가을이었다.


Montenapoleone(몬테나폴레오네)를 걸어가고 있는데 (사실, 스쳐가고 있었다)


그뇨 : "한국분 이시죠?"
나   : "네."
그뇨 : "어머 잘되따."(능숙하게 펜의 뒤꿈치를 이마로 꼭 누르며 수첩을 꺼냈다.)


그녀는 30대 중후반의 노처녀 인지 아줌만지 감이 안 잡히는 밉지 않은 상냥한 얼굴이었다.


나   : "네?"
그뇨 : "그냥 뭐 좀 사다 주면 되는데,아르바이트좀 해(말끝이 짧아졌다)~"


나 벌써 감을 잡았다. 그녀는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루이뷔텅 아줌마 였던 거이다. 신속하게 하고 싶은 말을 꺼냈는데 호탕한 점이 맘에 들었다. 생각보다 젊었다. 소문으론 프랑스에 주거하는 루이뷔텅을 수집, 판매하는 아줌마랬다. 한국서 오는 아줌마덜도 있고 한두명이 아니라 했다.(그녀는 결혼 해쓸까..) 그들은 개인 프리랜서로 주로 프랑스, 이태리의 유럽을 돌며 언어가 자유스러운 주머니 사정 빠듯한 한국 유학생들을 일일 아르바이트로 섭외해 소위 명품이란거 돈을 주고 물건을 사오게 한 뒤 물건값의 5~8%, 최고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쥐어주는 현금 박치기의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네오(NEO) 보부상이다. 많은 명품들이 일본, 한국보다 절반이상이 싸므로 아줌마덜이 유럽까지 와 직접 공수해 가는거다.


이렇게 수집된 물건을 일본으로 나머지는 한국으로 넘기며 엄청 남겨 먹는다. 수수료의 퍼센트는 아줌마덜이 말하는 무늬, 색깔, 재질,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 살 때 그뇨들이 섬세하게 설명해준다. 뭔 모양의 뭔 크기의 몬 색깔은 A등급, B등급...


아는 친구와 아주 친한 룸메이트의 학교 친구의 옆반 친구가 루이뷔텅 2개를 150만리라(보통 기본적인 큰거, 작은거, 열쇠고리 살 수 있다. 요새환율로 100만원정도)에 사주고 10만 리라(7~8만원정도) 쯤 받았다고 했단다.  이 아줌마들의 정체를 벌써 소문으로 알고 있는 매장 측에서 노랑얼굴의 까만 머리 동양 사람들 에게 가방 2~3개 이상은 안 파는 것도 이런 이유랬다. (가격, 갯수, 특히 동양 사람에게 인기있는 몇몇 모델들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매장 직원이 딴지를 건다. 품절이다, 다른 고객을 위해 한명에게 너무 많은 물건을 팔진 않는다, 등의 자애롭지만 민망한 설명이다. 돈 보다 회사 제품이미지가 혹 손상될 여지까지 신경 쓰는 마케팅, 판매전략 이라고 볼 수도 있다. 뭐 그거지)


관세도 안 물고, 진짜란 보장만 있고 게다가 조금만 싸단 확인만 있으믄 날개 돋힌 듯 팔린댔다. 불법인지 뭔지 알턱이 없다. (있나?) 빨리 사서 들고 다니면 장땡이다. 왜냐. .루이뷔텅이니까. 그렇게 해서 라도 소위 명품 (주로 이름이 나 있는 고가의 수입브랜드로 아마 명칭은 갤러리아의  명품관에서 구전된게 아닌가 추측)이라는 걸 걸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사실 루이뷔텅은 프랑스제인데도 이태리서 사서 일본에, 한국에 내다 팔아도 비행기 값 빠지고 호텔비에 스파게티 몇 접시를 피짜 몇판에 쌈싸 먹어도 남으니, 그러니 아낌없이 그렇게 수고비를 떼어줘도 아까울 게 없다. 그 물량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넘기는지 나 아는바 엄따. 얽히고 설힌 많은 사람들과 스토리가 있다 본다.


그뇨들의 장부엔 각 유럽의 루이뷔텅의 주소와 유학생들의 연락처(능력에 따라 다음 번에 느닷 엄는 콜을 한번더 받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아줌마덜은 결코 예고 하고 방문하지 않는다. 인내하며 기다릴 일이다), 한국교회, 식품점의 주소, 한국 유학생들의 행동반경, 동선등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이따고 했다.


다덜 내가 그거 했는지 궁금하쥐?


    나  : "학교가야 되어~" 꾸벅.(그날 시험이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종일 몬테나폴레오네(Montenapoleone) 거리를 방황했더랬다. 그러나 루이뷔텅 아줌마 스카프자락도 못봤다. 프로의 세계는 이러케 냉정해따. 싫다는 넘하고 게임 안한다.








  


   어느게 진짜게? 정답은 마지막에...


나, 명품이니 뭐니 상관 안하고 산다. 울 엄마 말에 따르면 그래도 있어 보인단다. 그런 거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게다가 솔직히 살 재주도 없다. 물론 한국의 외제들의 가격이 너무도 부풀어 있어서 이곳에 나온 김에, 쎄일한다기에 아부지 몽부랑 만년필, 엄마 화장품, 할머니 마후라..  기쁜 맘으로, 용돈 아껴 사가는 너그들 흉보는 거  아니다. 취향이 원하는 대로, 돈이 허락하는 대로 짝퉁을 사던 진짜를 사던 나 상관할 바 아니다. 루이뷔텅 아줌마랑 그 아줌마 들 물건 기다리는 일본, 한국 고객들만 상관할 일이다.


하지만 정말 왜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거뜰을 원하는지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려고 맘먹었을 때, 사기전에, 물건 고르면서, 가격표 보면서 3초간 한번 생각이나 해보자. 무엇 때문에 사는가?


그래도 사야겠다면 맘 편하게 남 상관말고 입고 차고 매면 될 일이다. 상당수의 물건이 일본으로 가고 나머지만이 한국으로 가는데 왜 그렇게 딴지를 거냐고?


암튼, 둘다 불법이다. 잘잘못 가리는데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없다. 일본 고객을 위한 한국산 루이뷔텅 아줌마 결코 우리의 자랑스러운 얼굴은 아니지 않는가.


아참 그리고 위 문제.. 정답은 오른쪽이다.



딴지 외교부 이태리 대빵
슬그머니(ciaao200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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