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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1.2.월

논설우원 안동헌



본지의 총수 및 논설우원 그리고 기자단은 21세기 명랑사회의 시발점을 잘먹고 잘싸는 세상에 두고 있다. 총풍이니, 비자금정국이니, 국정감사니, 영수회담이니 것도 먹고 싼 다음에야 가능한 거다. 안그런가? 씨바.

그러나 작금 21세기를 700여일 앞둔 시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조또, 꽝이다. 제대로 된 먹거리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어느덧 웃기고 자빠진 사이비 음식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에 본 우원은 당면순대를 먹던 오밤중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긴급 비상연락망을 발동시켜 기자단을 한데 모았고 연락받은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항문을 청결히 한 채 속속 본사 사옥 37층에 있는 대회의실에 모여 본지의 아이디어 유발시스템 똥꼬스토밍(Hole Storming)에 또다시 돌입했다.


정갈한 항문을 서로 맞대고 웃기는 음식넘들의 실체를 마침내 밝혀냈다. 자, 잘보시라. 웃기는 음식넘들의 실체를..


 웃기는 짜장면 : 짜장면을 시켰을 때 면이 이미 굳어버려 떡 된 짜장면이 조사결과 웃기는 짜장면으로 판명되었다. 떡 된 면을 비비려다 나무젓가락이 부러지는 엽기적인 경험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중국집에 대한 규탄의 열기가 높다. 전국 짱께집에서는 조리 후 배달까지의 엄정한 실사를 통해 위와 같은 불상사를 적극 척결해주시라.


 웃기는 짬뽕 : 짬뽕국물에 뻘건 기름이 둥둥뜨는 짬뽕은 웃기는 짬뽕이 되겠다. 자고로 매운탕이나 짬뽕이나 고춧가루가 둥둥뜨는 기름은 수시로 걷어줘야 얼큰한 진국이 우러난다는게 세인의 평이다. 중국음식의 전통을 올곧게 계승 못해 작금 횡횡하는 기름 뜬 짬뽕으로 인해 전국의 백성들이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는 느끼족이 되어 가는게 안보이는가? 대책마련이 졸라 시급한 사안이 되겠다.


 웃기는 순대 : 본 우원이 금번 오밤중 똥꼬스토밍을 발동시킨 이유가 이넘 때문이다. 찹쌀순대라고 열라 써붙여놓아 사갖고 집에 와서 먹어보면 당면만 잔뜩 든 당면순대다. 한번은 혹, 게중에 찹쌀이 몇알이라도 박혔나 순대주위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순대를 부검해 봤는데 한톨도 없었다.. 씨바. 아, 또다시 항문이 아려온다. 퍽퍽하고 맛없는 당면순대 말고 쫄깃한 찹쌀순대를 내놓으시라.


 웃기는 평양냉면 : 한식집이나 분식점 밖에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나부끼는 빨간깃발 평양냉면이 있다. 그 깃발에 매혹되어 입맞을 열라 다시며 들어가 먹어보면 걍 집앞 수퍼에서 파는 봉지냉면 수준이 태반이다. 경고한다. 평양냉면을 평양냉면답게 메밀과 육수(꿩이나 닭)를 넣고 만들어 주시라. 자신 없음 빨간깃발 내리고 내맘대로냉면이라고 바꿔 다시라.


 웃기는 돼지갈비 : 돼지갈비를 시키면 대부분의 업소에서 물컹하고 뻑뻑한 돼지목살에 양념해서 내놓는다. 돼지갈비를 모독하는 처사다. 돼지갈비는 갈비뼈에 붙어있는 쫄깃한 살이 되겠다. 고로 전국의 돼지갈비집은 제목만 돼지갈비라고 하지말고 진정한 돼지갈비를 내놓으시라. 아님, 그냥 돼지목살양념이라고 간판 달아주시라. 씨바.


 웃기는 설렁탕 : 사골뼈를 푹고아 구수하게 내놓는 설렁탕 중에서 허옇기만 하지 국물이 우러나다만 설렁탕이 웃기는 설렁탕이다. 사골을 고는 시간 및 정성의 부족으로 판단되고 있다. 때론 국물이 미지근해서 파를 넣어먹는데 거의 생파를 씹느라 고생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규탄한다 !


 웃기는 햄버거 : 햄버거에 케찹과 마요네즈만 열라 집어넣어 먹는데 있어 얼굴전체와 손을 범벅이 되게 하는 햄버거가 있다. 대개 큰 햄버거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며 혹자는 잘 쥐고 먹으면 된다라고 조디를 열고 있으나 분명 잘 쥐고 먹었다. 짜샤. 그깟 햄버거 하나 먹는데도 잡는 비법이 있냐?


 웃기는 녹두빈대떡 : 녹두의 함유량이 부족한 빈대떡은 진정한 빈대떡이 아니다. 녹두에 밀가루를 잔뜩 섞어 파전과 같은 끈적임이 흐르는 그런 빈대떡은 차라리 파전이라고 이름 붙여라. 아삭아삭 씹히는 녹두빈대떡의 위상을 더럽히는 빈대떡의 창궐에 조상에 대한 면목마저 없어지는 작금이다.


 웃기는 닭갈비 : 춘천정통닭갈비라고 가보면 먼저 큰 후라이판에 기름을 열라 두른다. 그거 하지 말란 말이다. 그 기름에 닭기름이 더해져 완전한 요리 후에 뻘건기름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거기에 좀 타면 검게 탄 기름덩어리진 것을 알게 모르게 먹어대서 느끼한 인간이 되는 작태.. 21세기의 적이다. 닭육수를 둘러 주시라.


 웃기는 회덮밥 : 회덮밥은 싱싱한 회의 맛을 얼마나 잘살리는가와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한 맛이 생명이다. 전반적인 조사결과 회와 초고추장은 무난했다. 그런데 밥이 문제다. 회덮밥의 밥은 꼬들꼬들하게 된밥으로 지어 약간 미지근하게 해야 회의 싱싱함과 어우러진다. 그런데 질퍽한 밥, 뜨거운 밥으로 인해 회덮밥이 떡되고 회가 흐믈거리는 작태가 속출한다. 자성들 하시라.


이상으로 똥꼬스토밍의 결과를 간략히 요약했다. 원래의 내용은 넘 방대해서 본지 시스템용량의 오동작이 우려되어 극히 일부만 발췌했다. 다들 알다시피, 딴지기자단들이 똥꼬스토밍 함 하면 그 배설량이 엄청나다는거 아시지 않는가 말이다.


우쨌든, 이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전국의 음식점 주인장들은 음식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지 정밀검토하여 어긋난 점에 있어선 휴지로 똥을 구석구석 닦는 심정으로 싸그리 닦아내야 한다.


21세기가 두렵지도 않은가.



 


- 논설우원 안동헌 ( p7170@mail.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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