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1.2.월
이스라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군대를 이해해야 한다. 패배를 모르며 중동 국지전에서 맹위를 떨치는 이스라엘 군대. 그리고 그들의 군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asada에 가 보아야 한다. 왜? 전설의 고향도 한 몇백년 거슬러 올라가는 걸로 말두만, 여기 이야기는 한 2000년쯤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가 무지 힘 쎄서 주변국들을 마구 접수하고 있을 때, 로마제국에 유태인들이 반기를 들었다. 그 반란은 3년 정도 갔다는데 이스라엘 다른 지역에선 모조리 진압당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사람들이 Masada를 지키던 사람들이었다. 몇년을 버틸 음식과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솟은 기이한 모양의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막강 로마군도 쉽게 점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저 멀리 스페인부터 북아프리카와 지중해를 싹슬이 제패한 로마, 게다가 그들의 건축 기술은 오늘날에도 감탄의 대상 아니던가. 어떻게 공략할지를 몰라 처음엔 당황하던 로마군은 본국에서 최고의 기술진을 불러 수개월에 걸쳐 언덕을 빙 둘러싼 엄청난 높이의 외벽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단다. 더구나 같은 민족 유태인들을 노예로 부려 작업하는 사람들을 공격할 수도 없도록 하면서. 드디어 다음날 아침이면 그 높이가 성벽을 부수고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이른 것 같다고 판단한 지도자는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연설을 했다. "이교도에 잡혀 노예가 되는 불명예를 참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아내와 자식을 우리 손으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견딜 수 있겠는가? 감히 우릴 죽일 자격없는 적들의 손에 우리 죽은 몸뚱아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줄수 없다..." 그리곤 자손을 잇고 훗날을 기약하기 위한 마지막 몇 명을 남겨 놓고 모조리 자결하기로 결정했다. 공포나 배고픔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식량을 마을 중앙에 쌓아 놓은 다음, 열 명의 장정을 제비 뽑아 나머지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그 시신들을 불태웠다. 다시 열 명중 한 명을 뽑아 나머지 아홉을 불 태운 후 마지막 남은 자 역시 스스로 자신을 찌르고 불로 뛰어들어 죽었단다. 다음 날 아침 함성을 지르며 성벽을 깨고 돌진하는 로마군을 맞이한 것은 이스라엘 마지막 전사 960명의 주검이었다. 967명 중 여자 2명, 어린아이 5명을 제외한 전원이 자결한 것이다. 무서운 사람들... 전쟁사 사상 최대의 집단 자결이란다. 그 날은 단지 Masada가 함락된 날이 아니라, 3000여년 전 다비드가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고 번성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완전히 멸망한 날이었다. 그날 이후 그들은 2000여년을 나라없는 떠돌이 민족으로 지내야 했던 것이다. 이스라엘 군대의 입대 선서식 장소가 바로 이 곳인 것이 이해가 간다. "Masada는 다시는 함락되지 않을 지니라" 그들의 선서 구호다. . 사실 Masada에 우리 눈을 반짝 뜨게 할 볼거린 별로 없다. 그래서 볼거린 아니다. 뭐야 그저 무너진 돌더미 밖에 없네... 그 정도가 대부분의 첫인상이다. 그 돌더미 마저 대부분 최근에 복원된 것들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복원해 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이 곳에 서서 2000여년 전 이 곳에서 비굴한 삶보단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 마지막 전사들을 그리며 아래 사막을 내려다 보고 있자면 같은 민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Masada를 보고나면 이스라엘의 오늘이 아주 약간은 이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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