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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1.2.월

딴지과학부 엽기애정행각 파트 기자 이드니아 콘체론



간신히 넘을 달래고, 일행은 다시 지하철을 탔다. 이번에는 단박에 아아주 멋진 처녀가 시선에 잡혔다. 또 한번 미소를 짓는 영섭군. 나직히 화이팅을 외친후 영섭군은 천천히 처녀에게로 다가섰다. 본기자 일행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서로의 허리를 꼭 부둥켜 안았다.


처녀는 지하철 문에 기댄채 고전명작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고 있었는데 영섭군을 그걸 타겟으로 포착한 모양이었다. 잠시 물끄러미 책을 쳐다보던 영섭군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영섭 :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시나 봐요?
처녀 : 네?


아우아이에오우오아아아아악~


이 빙신아... 모르면 말이나 말든가 아니면 미리 물어보기라도 하던가... 왜 조또 모르면서 아는척을 하는거냐... 책껍데기에 씌인 작자이름은 폼이냐? 거기서 왜 그 아자씨 이름이 나오는거냐...


이상은 그 짧았던 순간 본기자의 머릿속을 동시에 스쳐지나간 문장들이었다. 의정군과 필승군 역시 비슷한 필을 받은듯 했다. 더이상 쪽팔리기전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일행은 반사적으로 영섭군의 이름을 불러제꼈다.



일행 : 어? 이야~ 너 영섭이 아니야? 새끼 오랜만이다?
영섭 : (난데없이 방해를 받자 놀란듯) 어? 니네...
일행 : 야 야 일단 저리로 가자! 가서 얘기하자! 이야~ 정말 오랜만이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의 처녀를 뒤로하고 일행은 영섭군의 입을 막은채 옆칸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건말건 다짜고짜 가혹한 집단 린치를 가하였다. 특히 자존심 강한 의정군은 이딴 넘이 자신의 친구라는데 매우 마음의 상처를 받은듯 무릎으로 조디를 졸라 세게 쳐올려버렸다.



영섭 : 아악! 왜, 왜들 이래?
의정 : 몰라서 묻냐 이 씨바야!! 뭐? 셰익스피어어어? (이러면서 또 조디를 올려쳤다.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필승 : 야이 새꺄...(차마 무식하다는 말은 못하겠던 모양) 좀... 배워라...
영섭 : 니네 무슨소리야! 잘 나가고 있는데 왜 방해를 해!!
본기자 : 새끼.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군. 좀더 패자. 패면서 알려주자.


이어서 또한번의 집단구타가 이뤄지면서 일행은 한대 한대 때릴적마다 그에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본기자 :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지은 사람은...(퍽퍽퍽)
필승 : 셰익스피어가 아니라...(빡빡빡)
의정 : 도스토옙스키다 이놈아! (퍼억)
영섭 : 무...무어라? 그게 진실이냣 !
일행 : 그래 이 무식한 놈아 !!


영섭군은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자신의 지식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자 졸라 쇼크먹은듯 했다. 맞은 건 둘째치고 진위여부를 가리기위해 미친듯이 본기자에게 매달려 왔다.



영섭 : 세현아! 정말이냐? 응? 응?
본기자 : 그렇단다...우리집에는 세계 명작전집이 있자나...확실하다.
영섭 : 그럴리가...분명히 맞을텐데...아...이럴수가...
의정 : 너 그럼 셰익스피어가 지은 소설제목 딱 네개만 대봐라.
영섭 : 어... 햄릿, 리어왕.. 로빈훗도 세익스피어꺼 맞지?
일행 : ...


더이상 볼것도 없었다. 영섭군에게 이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에게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다. 그래도 가장 철든 놈이라 기대했건만... 대학은 어케 들어갔을까... 암튼 두번째의 지하철 실험도 완전히 실패였다. 혁민이넘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이번 실험의 최종결과가 어찌될지 너무나 두려웠다.



본기자 : 어쩔거냐. 나머지는 네 판단에 따르겠다. 아직 한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시도해볼래?
의정 : 우리는 왠만하면 말리고 싶구나. 하지만...
필승 : 네놈이 정 원한다면 굳이 매달리지는 않겠다. 결정해라.
영섭 : .....


영섭군은 나름대로 상당히 죄책감을 느낀듯 했다. 잠시 처절하게 고민하던 그. 마침내 나직한 한숨소리와 함께 그가 입을 열었다.



영섭 : 나...진짜 더해봐도 돼?
일행 : ..... (의정군은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두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본기자와 필승군은 눈을 뒤집어까며 주저앉았다)


허나 지가 하겠다는데 어찌 말리리... 일행은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 다시금 지하철을 타는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거꾸로 홍대쪽을 향해 돌아오기루 하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졸라 무섭게 보이는건 왜일까... 이자식은 타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나직히 일행을 불렀다.



영섭 : 나...저기 저 처녀...
일행 : .....



영섭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이어폰을 귀에 꽃고 음악감상에 빠져있는 발랄해보이는 한 처녀가 앉아있었다. 일행은 한마디 대꾸도 안하고 그 처녀 주변에 포진하였다.

영섭 : (작은 목소리로) 나...잘할께...
일행 : .....


어쩌겠나... 그래도 친군데 밀어줘야지... 일행은 또다시 내키지않는 화이팅을 외친 후 영섭군의 마지막 시도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주의를 집중해보니 처녀는 꽤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있는듯 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헤비한 드럼소리와 베이스기타 소리가 울리는것으로 보아 헤비메탈에 준하는 음악인듯 했다. 그리고 잠시후, 영섭군과 본기자의 두눈이 동시에 휘둥그레 졌다.



영섭 : creeping death...맞지?
본기자 : 그런것 같은데...게다가 라이브인 듯 하다...
영섭 : 라이브 앨범이 나왔더랬나?
본기자 : 예전에 나온게 있긴한데...이건 좀 틀린거 같다. 혹시...
영섭 : 이거 아무래도...러시아 라이브때...?
본기자 : 음. 틀림없다... 대단한 처녀인걸...


여기서 잠깐 보충설명을 하구 넘어가겠다. creeping death란 세계 최고의 트래쉬 메탈그룹 메탈리카의 노래중 하나이며 매우 파워풀하고 헤비한 사운드땜시 락매니아가 아니라면 왠만한 남자분들도 잘 듣지 않는 곡이다. 게다가 이 노래의 라이브버젼이 음반으로 나온것은 멕시코 라이브 하나뿐인데 이 처녀는 1994년 러시아 라이브때의 라이브를 듣고 있었다.


즉! 러시아 라이브때의 녹화테입을 구해서 테잎에 더빙하여 들을정도로 엄청난 매니아였다는 얘기이다. 메탈이라면 자다가도 진저리를 치는 영섭군과 본기자... 이를 놓칠리가 없었다. 본기자가 경이로운 눈으로 처녀를 바라보는 사이 드뎌 영섭군이 그 처녀에게 말을 걸었다.



영섭 : 저기요?
처녀 : ..... (들릴리가 없었다)
영섭 : (손끝으로 무릎을 건드리며) 저, 저기요?
처녀 : (화들짝 놀란 처녀, 얼른 이어폰을 빼며) 네, 네?
영섭 : 혹시... 지금 듣고계신곡은 메탈리카의 creeping death가 아닌가요?
처녀 : 네, 네에... 그런데요?
영섭 : 글타면... 혹 러시아 라이브때가 아닐른지요?
처녀 : 어머? 그걸 어떻게...?


이 순간, 본기자의 냉철한 두뇌는 이거 뭔가 된다를 감지해버리고 말았다. 계속 지켜봐주기 바란다.



영섭 : 그렇군요. 저도 메탈리카 광이거든요. 자세히 들어보니 멕시코 라이브때랑은 좀 다른것 같아서요. 그쪽 분도 대단한 매니아시군요.
처녀 : (웃었다!!!) 그런 편이에요... 제 주변에는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늘 혼자서 듣죠. 그렇지만 그쪽만큼 매니아는 아니에요. 전 댁이 더 대단해 보이는데요?


초반부터 둘이 풀어가는 썰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 그 처녀는 자주자주 영섭군에게 눈웃음을 지어주어 그의 애간장을 녹였다.



영섭 : 헤헤...제가 사실 (여기서부터 영섭군의 피튀기는 구라가 시작된다) 한 5년정도 언더그룹에서 기타를 쳤거든요. (순 구라다) 혹시 가이아라는 이름 들어보셨는지요? (이런 순...가이아는 예전에 본기자가 몸담고있던 그룹 이름이다)
처녀 : 글쎄요. 들어본것 같기도 하고...암튼 그러셨군요. 멋지다... 저도 기타가 참 배우고 싶었는데... 마땅히 배울만한 상대가 없었어요.
영섭 : 아아 그러셨군요. 음... 손가락이 긴편이셔서 기타 배우셨움 굉장히 잘 치셨었을것 같은데... 아쉽네요.
처녀 : 그래요? 앙~ 정말 아깝네에... (헉! 이때 이 처녀 상당히 귀여웠다. 의정군도 침 삼켰다)
영섭 : 그, 그럼 다른 그룹은 누구 좋아하세요?
처녀 : 음... 솔직히 요즘 나온 신인들보단 7,8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스키드로우나 미스터빅 같은...
영섭 : 아아! 그래요? 저도 그런데... 저도 요즘애들 보단 핼로윈이나 아이언메이든 같은 7,80년대 메탈을 더 좋아하죠.


이쯤되면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고 본다. 암튼 두 남녀는 지하철이 신촌에 도착할때까지 신나게 음악얘기들을 떠들어댔다. 그리고 전철이 멈추려하는 그때! 영섭군은 생애최대의 용기를 내어 처녀에게 물었다.



영섭 : 혹시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저와 함께 락블럭에서 음악감상이나 하심이 어떨까요?
처녀 : 네? 어머! 좋지요~ 안그래두 심심했는데. 우리 내려요!


아아... 드디어... 영섭군의 인생에도 봄은 오는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애써 눈물을 감추려하는 일행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떠나가는 영섭군. 그가 그토록 위대해보일 수가 없었다. 그들을 남겨둔채 지하철은 다시 출발하였고 막 홍대입구역에 도착할 무렵 필승군의 핸드폰이 또다시 단발마의 비명을 질러댔다. 예상대로 영섭군의 전화. 그는 평생에 단 한번 올까말까한 이 행운을 절대로 놓치고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본기자가 핸드폰을 넘겨받자 갑자기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섭 : 보스... 나... 있지... 나...
본기자 : 그래... 넌 가도돼...
영섭 : 너희들... 정말 고마워... 흑흑
본기자 : 그래... 나중에 술사...


씨바...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남의 일에 이렇게 기쁨을 느낄 수 있다니... 난생 처음이었다.



필승 : 야. 근데 벌써 두명째 보내버렸다. 이제 달랑 우리 셋인데 어쩔꺼냐?
의정 : 어쩌긴. 마저 끝까지 가봐야지.
본기자 : 의정이 말이 맞다. 남은 우리끼리라도 실험은 끝내자.


다시 한번 거국적으로 담배를 피워대며 일행은 저물어가는 저녁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디 무사히 끝날 수 있기를...


오후 5시. 홍대 먹자골목 사거리.


이른 저녁을 먹고난 후 나머지 일행은 다시금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의정 : 세현아. 이제 네 차례다.
필승 : 길거리 헌팅이라... 토요일이라 사람은 많아 좋군. 너 자신있냐?
본기자 : 모르겠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솔직히 자신은 없군.
의정 : 힘내라. 우리가 응원해주마.
필승 : 그래. 뒤에서 열심히 화이팅해줄테니 자알 해봐라.
본기자 : 고맙구나... 좋다. 시작하겠다.


회의를 마치고 난 일행은 마땅한 상대를 물색하기위해 부지런히 안구들을 굴렸다. 글구 잠시 후, 의정군으로부터 적당한 타겟이 잡혔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시선을 옮기자 160정도의 키에 상당히 지적인 외모를 갖춘 한 처녀가 보였다.



의정 : 괜찮지?
본기자 : 응... 멋진 걸... 오케... 간다


잠시 마음을 다잡은 후... 본기자는 어젯밤 잠을 설치며 연습했던 첫 번째  엽기형의 후리기를 시작하였다. 일단 그 처녀의 뒤를 바싹 따라잡은후, 본기자는 스스로도 감탄할 아름다운 천상의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본기자 : 랄라라 랄라라 랄랄랄라라~ (스머프 타이틀곡)
처녀 : ???


이건 왠 미친넘이야...라는 눈빛이었으나 본기자 개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듯 하여 다시한번 좀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본기자 : 랄라라 랄라라 랄랄랄라라~
처녀 : .....


이쯤되니 처녀분도 바싹 긴장한 듯 했다. 별로 멀쩡하게 생긴것같지도 않은 넘이 자꾸만 자신의 귓가에 이따구 정신나간 노래를 불러대니...신변에 위협을 느낄만 했다. 잠시 묵묵히 앞만보고 걸어가던 처녀. 가압자기 휘익 뒤를 돌아 본기자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졸라 놀랬음)



처녀 : .....
본기자 : 라..랄라라....라라...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이 안됐었음)
처녀 : 아저씨? (으아...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본기자 : 그냥...기분이 너무 좋아서 노래부르는 건데요...
처녀 : 근데 왜 자꾸 제 옆에와서 부르시는 거에요? 다른 데서 부르시면 안되나요?
본기자 : 글쎄요...그냥 어쩌다보니 아아주 우연히도 댁과 걷는 방향 및 속도가 일치했을 뿐...고의는 아닌데요.
처녀 : 오호라... 그러시군여... 음음... 그렇군...


순간 본기자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이 처녀분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본기자, 일단 철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처녀에게 꾸바닥 작별인사를 하려는 그 찰나였다.



처녀 : 아자씨. 지금 꽤 한가하신가 봐요.
본기자 : 니예? 아예...
처녀 : 저한테 관심있으신가요?
본기자 : 아...저...그냥 조금...
처녀 : 아자씨...솔직히 말씀해보세요. 헌팅하러 나오신거죠?
본기자 : 헐헐...그걸 어떻게...
처녀 : 음...일단 옷맵시나 머리스타일이 깔끔하고...학생처럼 보이는데 가방도 매고있지 않고...
본기자 : 헐헐...그런 조건이믄...다 헌팅하러 나온건가요?
처녀 : 그건 아니겠지만요. 별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분은 아닌듯한데 괜히 지나가는 처자옆에서 관심끌려구 부단히 노력하는걸보니... 그런 것 같아서요. (미리 얘기했었다.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본기자 : 헐헐...글쿤요...네에...정말 대단하세요...


가까이서 자세히보니 별로 지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이 처녀분... 잠시 손목을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처녀 : 시간이 좀 늦었는데 저 아직 저녁전이거든요. 괜찮으시다믄 저녁이나 함께 할까요?
본기자 : 아가쒸...
처녀 : 네?
본기자 : 저희...초면인데...
처녀 : 어머? 헌팅하러 나오셨다는 분이 그런걸 왜 따지나요? 제가 별로 맘에 안드나보죠?
본기자 : 그게 아니라...일행이 있어서...
처녀 : 그러세요? 그럼 다 함께 먹죠 머. 식사... 벌써 하신건 아니죠?
본기자 : 아... 실은 모두들 식사를 마친참이라... 담에 뵙죠. 죄송함다.


아아... 남자넘들이여... 분연히 일어나라... 세상 여자들이 전부 내숭은 아니더라... 본기자 일단은 감격했다. 바뜨... 이 정도로 적극적인 처녀는 본기자 헌팅 사상 첨있는 일이라서 넘 당황한 나머지 쪽팔릴 것 각오하고 도망쳐나와 버렸다. (그 처녀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꾸바닥) 긴급히 의정군과 필승군을 호출하여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졸라 황당해하는 그들과 함께 홍대 큰 길쪽으로 피신한 본기자. 다시금 예의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본기자 : 씨바... 나 땀나는거 봐라.
의정 : 쯔쯔... 우리가 이케 적극적으로 나가는데 여자라고 무조건 내숭떨라는 법 있냐. 난 그 처녀 이해한다.
필승 : 나도. 니가 아직 숫기가 없는거다. 저래 갖고 무신 앤 타령인지...
본기자 : 그, 그래도... 저 처녀는 무서워...다 조금있다가 다시 할래.
필승 : 관둬라. 너도 영섭이꼴 날까 두렵구나.
본기자 : 아냐... 잘할께... 믿어줘...


간신히 넘들을 달래주고 난후, 긴장을 풀기위해 담배 한 대를 피워문 본기자의 눈에 갑자기 한 낯익은 처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봤더라...기억이 날듯한데...



본기자 : 야, 야, 야, 야!!!
의정 : 응? 얘 왜이래?
본기자 : 바, 바, 바, 바...
필승 : 연기 삼켰나보다. 등 두들겨줘라.
본기자 : 저, 저, 저 처녀!! 저번에 그!! 나 했던!!
의정 : 뭐라고 하는거냐?
필승 : 저번에 뭐어~
본기자 : 저번에 헌팅할 때 그 처녀!! 나했던 그 처녀!!


기억하는가!!! 그렇다!! 저번 6호 헌팅실험때 유일하게 본기자가 성공했었던 그 처녀!! 연락처를 알아놓지 못해 몇일동안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그 처녀!! 그 처녀분이 본기자의 앞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이 것은 운명인가!! 머리 속이 하얘진 본기자, 정신없이 그 처녀에게 달려가 앞을 가로막았다.



본기자 : 아가쒸!!!
처녀 : 어머! 깜딱이야!
본기자 : 저 기억하실른지요, 아가쒸?!
처녀 : ....? 누구세요? 전혀 기억이...
본기자 : 왜 저번에 제가 요 앞에서 차나 한잔하자구 했다가 급한일 생겼다구 그냥 헤어졌었자나요!! 기억 안나세요?
처녀 : 아...아아!! 맞다! 그때 그 분이시군여!!



씨바...눈물 나올뻔했다. 날 기억해주다니 필시 이것은 끈끈한 인연이 있는 듯 싶었다.

본기자 : 여기서 다시 뵙다니... 졸라... 아니, 무지 반갑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처녀 : 네에. 그냥 그럭저럭 잘 지냈죠. 그쪽은요?
본기자 : 저도 자알 지냈지요. 그때 정말 죄송했어요. 친구넘이 갑자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기분나쁘지 않으셨나요?
처녀 : 솔직히 기분은 안좋았지요. 하지만 뭐, 이미 지난 일인데요. 괜찮아요.


다시봐도 정말 괜찮은 처녀였다. 여기서 놓치면 끝장이다 싶은 생각이 들어버린 본기자는 일단 침을 한바가지 삼킨후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본기자 : 이렇게 다시 만난것도 인연인데... 혹시 지금 시간 나신다면 그때 못마셨던 차나 한잔 나누실래요?
처녀 : 아... 그런데 어쩌죠... 제가 지금 급한일이 있거든요.
본기자 : 무슨 일인데요? 국가의 운명이 걸린만큼 중대한 일인가요?
처녀 : 그 정도는 아니구요...유학원에 제출할 서류가 좀 있어서요.
본기자 : 오호라~ 유학원... 거기서 일하시나 보죠?
처녀 : 아니요... 다음 달에 유학을 가거든요...


신이시여... 이 가련한 청춘을... 기어이 버리시나이까... 전생에 도대체 먼 죄를 지었던가요... 으흑흑흑...


휘청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버티며 처녀분과 간신히 작별인사를 나눈 본기자는 눈물을 글썽이는 의정군의 품에 안겨 그만 자지러지고 말았다.



본기자 : 악악!! 씨바!! 세상은 조또 불공평해!! 씨바!! 왜 하필 지금이냐구!!
의정 : 얘야, 얘야, 진정하거라. 오늘 네 일진이 안좋은 날인가보다. 진정하여라.
필승 : 얘 이러다 발작나겠다. 물이라도 좀 먹이자.


넘들이 사온 콜라 한모금을 마시고 겨우 정신이 든 본기자. 정말 서러웠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씨바, 그 좋다고 난리치는 소위 세계일류 울나라 대학들 놔두고 왜 하필 유학이냐고... 딴나라 물 먹으면 혀가 잘굴러간다디, 몸매가 글래머가 된다디... 씨바, 울나라 교육부부터 싸그리 갈아 엎어야해... 씨바... 이러니까 암에푸나 터지고 난리지... 주절주절..


충격이 크긴 했지만 어쨋든 실험은 계속해야만 했다. 마지막 한번의 기회. 솔직히 몸과 마음이 축축 늘어진 빨래죽지 같아서 기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투철한 기자정신이 뭔지를 보여주기 위하여...걍 시도해봤다. 마지막 타겟은 우연히도 일행이 죽치고 앉아있던 건물계단 위에서 내려오던 한 처녀였다. 화장빨일까. 얼굴이 너무나 희고 눈부셔서 첨엔 귀신인줄 알았다. 넘들의 파이팅을 뒤로한채 힘없이 처녀에게로 다가간 본기자. 드뎌 마지막 애걸복걸형 후리기를 시작하였다.



본기자 : 저, 저기요...
처녀 : 네? (토끼눈)
본기자 : 저... 실은... 죄송한 부탁이 하나... 있거든요...
처녀 : 네에... (경계의 눈빛)
본기자 : 저... 혹시... 지금 잠깐만... 시간 좀 내주실수 있나요...?
처녀 : 예? 왜요...? (의심의 눈빛)
본기자 : 그냥... 그 쪽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요... 그냥... 차나 한잔... 할까 해서요...
처녀 : 예? 저 시간없어요. 죄송해요. 그럼...


생까고 그냥 떠나려는 처녀... 그러나 이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좋든싫든 여기서 포기하믄 완전 멍멍이꼴 나는거였다. 휙 스쳐가는 처녀의 가방끈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자 처녀는 움찔 놀라며 도끼눈을 치떴다.



처녀 : 왜이래요! 시간 없다고 했잖아요! (꽤 성깔있었다)
본기자 : 그게 아니라... 저... 실은...
처녀 : 뭔데욧!! (버럭 역정을 냈다. 순간 잠시 쫄았으나 곧 회복하였다)
본기자 : 지금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전 오늘부로 이세상을 영영 떠버릴지 모르거든요...
처녀 : 예?
본기자 : 삶이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오늘 한강에 빠져죽을 결심을 하고 나왔습니다... 한데 방금 댁의 모습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어차피 죽을 몸, 저렇게 예쁜 여자랑 얘기라도 해보고 죽었음 좋겠다... 라구요...
처녀 : .....
본기자 : 하지만... 제가 너무 무리한걸 요구했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일단 1단계를 실행한 후 본기자는 천천히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씨바... 잡아야 할텐데... 안잡으면 실패다... 확률은 30%. 걸려라, 걸려!!



처녀 : 저기요! (아자!!!)
본기자 : (못들은척 그냥 걸어갔다)
처녀 : 저기요!!
본기자 : 네?
처녀 : 지금 방금 하신말씀...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 같지만... 혹시나해서 한번만 물어볼께요. 지금 죽으러 가신다는거 정말인가요 ?
본기자 : 전... 댁처럼 순수한 분께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모른 척 해주세요... 그럼... (여기서부터 표정이 엄청 중요하다)

처녀 : 아니, 저, 이것봐요...
본기자 : 괜찮습니다... 제가 죽으러가는걸 아신 이상 말리고 싶으시겠지요... 하지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까지... 23년을 살면서 제 뜻대로 된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더 이상 살아야할 필요를 못느끼고 있습니다. 댁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었지만 역시나 실패해 버리는군요. 후후후...(나 자신이 가증스럽다..)
처녀 : 하지만 아직 젊으시잖아요. 살다보면 기회란 언제든지...
본기자 :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스런 삶을 계속해야 한다는것은 오히려 죽느니만 못할겁니다. 모르지요. 제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는다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무언가 망설이는듯 생각이 잠긴 처녀. 요때 인터벌을 주면 안된다. 본기자, 생각에 빠지든 말든 다시 뒤돌아 몇발자욱 걸어 나갔을때였다.



처녀 : 저기요! 혹시...
본기자 : 예?
처녀 : 혹시요... 아까 하신 말... 아직 저한테 대답할 기회가 있나요?
본기자 : (지화자!! 성공이닷!!! 바뜨...내색하지 않고 기냥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처녀 : 많이는 안되지만... 제가 시간 내드릴께요. 그러니 지금 죽으러 가시는거... 조금만 미뤄주시면 안될까요?


몇미터 옆 쪽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던 필승군과 의정군이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놀라울만 했다. 본기자조차 성공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애걸복걸형 후리기. 바뜨!! 난 후렸다!! 이것은 명백히 역사에 길이남을 찬란하고도 감동적인 헌팅이었다 !



 


- to be continued


- 딴지과학부 엽기애정행각 파트
기자 이드니아 콘체론 ( edenia@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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