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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24. 금요일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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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리 한번 질러봐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며는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럴 땐 나처럼 노랠 불러봐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 빠빠빠빠빠 빠빠빠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 빠빠빠빠빠 빠빠빠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좌절과 용기가 교차되고

 

만남과 이별을 나누면서 이렇게 우린 살아가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맘먹은 될 때도 있어

 

다 그런거야 누구나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니까

 

다 이렇게 사는거야 희비가 엇갈리는 세상 속에서

 

내일이 다시 찾아 오기에 우리는 희망을 안고 사는거야.




위는 개얼라가 아닌 한 전국민 누구나 아는 곡, 클론의 ‘쿵따리샤바라’ 가사의 일부다. 밝은 가사와 힘찬 멜로디로 한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이었다는 점,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 없을 거다.


호모 사이언티피쿠스라더니 머하는 짓이냐고? 자,자.


우원은 사실 저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머 노래가 어디가 이상해서가 아니다. 그저 저런 말들로는 충분히 위로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


다들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원은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방에서 고함을 지르며 노래한다 한들 그냥 그때 뿐이다. ‘누구나 세상 살다 보면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원래 세상 다 그런거야, 하고 마냥 넘어갈 수도 없다. 나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예컨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그런 맘을 가질 수는 없을 일이다.


무엇보다 저 위 가사 마지막에 등장하는 ‘내일이 다시 찾아 오기에 우리는 희망을 안고 산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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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저 노래처럼 다들 쉬쉬하고 있긴 하지만, 내일이 찾아오지 않는 날이 반드시 닥칠 걸 알고 있다. 길어야 수천 번 남았을 뿐이고 어쩌면 바로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구의 자전이라는 빠른 움직임을 기준으로 텀을 잡았기에 수천 번이지, 공전으로 따지면 수십 번 뿐이다.


그래서 이런 소리는 결국 눈가리고 아웅인 거다. 우리 존재의 작고 약하고 짧음은 남은 내일의 수가 줄어들수록 우리를 괴롭힐 거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시커먼 암흑만을 남길 것이다. 그래서 이런 걸 희망의 근거로 삼고 살면 머 당분간은 통하지만 머잖아 한계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순간보다도 훨씬 이전에 이미 허무가 엄습하는 날은 닥치고야 만다.


그럼 이 모든 것의 의미는 대체 뭐냐? 저 바보같고 역겨운 인간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들을 하며 왜 살아가는 걸까? 우리는 과연 뭘 이룰 수 있고, 어디까지 갈 수 있기에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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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 

허나 이 아줌마의 투모로우는 벌써 40년 전에 끝나 버렸다.


글타. 영생과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에 심취하지 않는 한 이 딜레마를 풀 방법도 마땅찮다. 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마당에 굳이 종교의 길을 가겠다는 분들을 말릴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우주와 생사의 비밀에 대해서 아는 건 일천한 와중에 기존의 종교들은 아무래도 아니다, 도저히 못믿겠다, 싶은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우원이 그런 넘뇬들을 위한 새로운 쿵따리샤바라를 소개해 드릴까 한다. 이 곡 ‘갤럭시 송’은 30여년 전인 1983년 영국의 코메디 그룹 몬티 파이튼의 영화 ‘삶의 의미’에 등장한 노래다.

 



삶이 실망스러울 때는, 브라운 부인.

만사가 힘들고 고달플 때

사람들이 멍청하고 바보 같고 역겨울 때

이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기분이 들 때면


시속 900마일로 빙빙 도는 행성 위에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걸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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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어디 서 있나에 따라 다름.

우리는 시속 1300킬로 전후.


우리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저 태양 둘레를 초속 19마일로 달리고 있단 걸 말이에요

 태양과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보는 모든 별들이

 하루에도 백만 마일씩 달리고

 우리가 은하수라고 부르는 저 은하의 나선팔에서

 시속 4만 마일로 달리고 있다는 걸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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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240킬로미터의 엄청난 속도로.

서울 - 부산을 2초에 주파. 노래 가사보다 훨씬 빠르지만

30년전 곡이란 걸 감안하자는.

 

우리 은하만도 1천억 개의 별을 품고 있고

그 크기는 끝에 끝가지 10만 광년이라오

가운데 있는 팽대부는 1만 6000광년 두께이지만

우리 부근의 은하 두께는 겨우 3천 광년이랍니다


우리는 중심에서 3만 광년 거리에 있고

2억년에 한 바퀴씩 돌고 있죠

우리 은하는 대우주 속 수천억 은하 중 하나일 뿐이고요

우주는 지금도 자꾸자꾸 팽창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방향으로 부풀어가고 있지요

1분에 1,200만 마일을 달리는 빛의 속도로

지금도 부풀어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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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1만개의 은하 실사 사진.

하늘에서 엄지손톱만한 지역만을 찍은 것.


그러니까 기억해요. 자신이 보잘것없고 불안하게 느껴질 때면

당신이 태어난 것 자체가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그리고 저 우주 어디엔가에 외계인들이 살고 있기를 기도해요

왜냐면 이 지구에 꼴불견들이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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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후보들 중 오늘의 꼴불견 인간으로는

 김진태 의원을 선정했다. 아래는 이 영광을 있게 한 명 대사.

 “황희 정승도 간통도 하고 뇌물도 받았지만 명재상이었다.”




편집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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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에서 뽑은 꼴불견 인간은 바로 이 분. 버스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으며, 차원이 다른 공권력을 제시했을뿐만 아니라 집회, 시위 진압의 안드로메다형 이해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꼴불견 오브 더 꼴불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노래를 직접 들어보자꾸나. 조금 야한 장면도 있다만 걍 예술이니 시비걸지 말고.

 




머, 우리는 어쩌면 말 그대로 티끌일지도 모른다. 아주 잠깐 왔다가 걍 사라져 버리는 허망한 존재. 와중에 그렇게 잠깐 있는 곳조차 별로 아름답지 못하고, 바보같고 멍청하고 역겨운 인간들로 그득하다. 참 별로인 세상이다.


그래도… 그게 다는 아니지 않냐? 비록 역할은 작고 시시하더라도, 모두 함께 상상도 못할 만큼 크고 신기한 우주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건 분명하지 않냐는 말이다. 그 연극의 내용이 정확히 뭔지, 언제 무대에서 내려가게 될지, 결말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우리 모두가 각자 하나씩의 삶을 온전히 연기하고 있다는 것도.


이 공연에는 원톱 주인공 같은 건 없다. 거대한 우주의 무대에서 삶을 연기하는 우리는 전부 주인공이고 조연이며 또 단역이고 까메오다. 삼천갑자 동박삭이 18만년을 산다손, 팔파틴 황제가 은하계 전체를 지배한다 한들 개네들도 그 점에서 결국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렇게, 우리가 이 웅장한 무대에서 한바탕 연기를 펼쳐 봤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 거다. 머잖아 더 이상 내일이 찾아 오지 않는 그 날이 닥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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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공연 .

 우리는 우주라는 거대한 연극의 배우이자 관객이다.

저 사람들 하나하나가 은하단인 공연에 우리는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우원은 힘들 때면 나의 쿵따리샤바라, 갤럭시 송을 떠올린다. 우리가 얼마나 신기한 곳에 사는 놀라운 존재인지. 하루하루의 피로에 지쳐 자칫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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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본지는 <생각비행>출판사와 연계하여 딴지 인기연재물을 출판하고 있다. 

첫빠타로 <호모 사이언티피쿠스가 책으로 나왔고

글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사진과 일러스트, 관련 자료 출처, 계보 등  

아주 보기 좋게 정리가 되어 나온 상태. 


많은 언론에서 본 저서를 다루었기에 언론사 서평 또한 링크 걸어 놓았다. 

관심 있으신 분덜은 아래로 놀러가시라.  



딴지마켓에서 책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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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